13살에 집을 무작정 떠났던 소년이 반세기가 지나 ‘꿈을 이룬 나의 소원’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들자 귀가 솔깃해진다.

“천성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고 재미있게 살 것 같은데 아니야. 가정불화, 형제간 재산 다툼 등을 많이 봐왔어요. 2010년 이후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대신 사회사업과 사회봉사에 주력하고 있는데 오히려 즐겁고 행복합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큰 재물은 아니지만 남들에게 저녁에 소주한잔, 밥 한 끼 살 수 있는 여건이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말하는 (주)동부환경 박남균(63) 회장,

“내가 사주를 믿지는 않아. 근데 연이은 사업이 실패로 큰 손실이 발생해 2010년도에 사주를 봤지. 내가 태어날 때 주어진 복의 그릇이 소주 컵으로 반 컵 밖에 되지 않는다는거야. 내 자신을 되돌이켜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과분한 위치에 있었나 깨닫게 됐지”

노자 도덕경(道德經)에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장수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만족할 줄 아는 지족(知足)의 삶이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 나이에 집을 나선 무일푼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부산역 앞에서 구두닦이로 혹독한 사회 첫 발을 시작했다.

“전남 곡성 출신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이맘때 쯤 매일 소 먹일 풀 베러 가거나 지게 지고 산에 나무하러 다녔죠. 어느 날 산에 땔감용 나무하러 갔는데 나무는 뒷전, 중학교에 갈 수 없는 형편과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애꿎은 지게를 돌로 내리쳐 박살냈죠. 그 길로 부친 주머니에서 60원을 꺼내들고 부산행 열차를 탔었죠”

신기하게도 그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이자 길을 인도하는 등대 같은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우연히 기술을 배워보라는 고향 시내버스 기사의 조언이 인연이 됐다. 순천에서 평생의 은인이 된 황의빈, 황의병 회장 밑에서 8년간 기술을 배우고 부족했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난 1979년 여수에 정착한 이후 1984년 10월 25일 지인의 동아모터사를 인수해 모기업이 된 신기부품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때 자신을 거둬준 순천 황 회장이 선뜻 3천만이란 거금을 지원했고 덕분에 사업은 순항했다.

하지만 1998년 IMF 당시 보증을 섰다가 큰 위기에 봉착했다. 빚을 떠안은 채 도산한 업체를 인수해 (주)동부환경을 설립했다. 금융위기 탓에 대출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 뜻밖의 자연재해가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2002년 태풍 루사가 고흥반도에 상륙하면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최악의 재난피해였다. 여수시 또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여수시에서 유일한 폐기물 등록업체로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후 의욕적으로 사세 확장에 나섰으나 녹록치 않았다. 화양농경단지에 대한환경 재활용공장을 건립했으나 화양면 27개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접어야 했다. 또 2005년 오천동에 동원 청정그린 낚시입감용 공장을 건립했으나 이 또한 11억 원의 손실을 보고 물러섰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의기소침했으나 자신에 대한 큰 깨달음 이후 2010년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우선 사업 확장에 목매달았던 이전 삶에서 벗어나 (주)동부환경 사업주로 남고 실제 운영 결재라인에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내가 설립했다고 내 것이 아니다. 자식에게 대물림 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옳을 것 같아 손을 털었다”고 그는 말한다.

수십 년 몸담은 진남라이온스클럽 봉사활동을 비롯해 현재 여수상공회의소 상임위원, 여수시인재육성장학회 등기이사 등 다양한 지역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형제간의 우애가 먼저라며 모기업인 부품회사도 동생에게 대표이사를 넘겼다.  3남5녀 8형제 중 장남으로 살뜰하게 동생들을 챙겼더니 어느 순간 동생들이 조카들을 돌봐주는 내리사랑으로 이어져 흐뭇하다.

또 그는 여수시 미래를 위해 덕충동 폐기물 매립장에 건축 현장 산업 폐기물 반입을 서둘러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 순천·광양시의 경우 시가 운영하는 매립장의 경우 건설산업 폐기물 반입이 불가능하도로 돼 있다. 반면 여수시는 건축산업폐기물이 함께 반입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여수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체계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여수에서 활동하는 70~80개 업체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 후면 덕충동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는 1조원을 들여도 저런 매립장을 만들 수 없고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고 힘줘 말한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해 귀향 여운을 남겼다.

“장례식장서 상주에게 ‘고인이 돌아가셔서 애석하다’ 고 위로하기에 앞서 어떤 연유로 해서 죽음에 이르렀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순서다. 돌아가셨단 표현은 망자가 자신의 집에서 임종했을 때 쓰는 표현으로 집을 떠난 죽음 앞에 돌아가셨단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13살 떠났던 고향 곡성, 고령의 94세 부친과 89세 모친이 거주하는 그곳으로 귀향을 슬슬 준비하고 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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