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체육지원과 남경현씨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경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문모(69)씨가 81번 시내버스(오동운수)에서 저지른 방화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으나 여수시청 공무원들의 발빠른 초기대처로 대형 인명피해 없이 위기를 모면했다.

이날 화재소식을 알려 초기진화에 일조한 남경현(32·여)씨, 화재진압에 직접 나섰던 김정환(40)씨, 김철식(51) 등 교통과 직원들을 만나 당시 긴박했던 화재상황과 심정을 들어봤다.

이들은 시내버스 화재 당시 천연가스(CNG) 연료통이 차량 밑부분 중간에 있어 불에 노출되면 폭발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에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초기진화를 해 시민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편집자 주>

지난 6일 묻지마 방화로 시내버스 내부가 전소됐다.

당일 화재가 발생한 시내버스에 탑승했던 여수시청 체육지원과 남경현(32.여)씨는 버스 탑승 전 주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으나 크게 개의치 않고 버스 뒤편에 앉았다며 불을 지른 문씨가 마지막으로 시내버스에 탑승한 걸로 기억했다.

잠시 후 남씨는 “아저씨 왜 그러세요” 문씨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며 이후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버스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자 순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남씨는 버스기사가 버스 앞뒤 문을 개방해 “빨리 대피하라”고 외쳐 뒷문으로 빠져나왔다며 공공기관에 비치된 소화기와 소화전이 떠올라 곧바로 관제센터 교통과 사무실로 달려가 화재소식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남씨는 교통과 직원들처럼 몸소 소화기를 들고 직접 화재진압을 한 것이 아니라 도움만 요청했다며 관심 받는 게 어색하다고 말했다.

남씨는 부친에게 전화해 버스에 화재가 발생한 소식을 알렸더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 이후 보도를 접한 가족들이 큰 화재였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부친이 “사랑하는 딸과 같이 밥 먹고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라고 얘기했다.

문씨는 “이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화재로 삶의 소중함과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여수시 교통과 김정환씨

여수시 관제센터 교통과 출입문 근처에 있던 김정환(40)씨는 남씨가 황급히 교통과로 뛰어와 시내버스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곧바로 사무실에 비치된 분말 소화기를 들고 제일 먼저 시내버스로 뛰어가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30초 정도 분사되는 분말 소화기를 다 소진해도 불길이 거세지기만 했다. 이때 동료들이 옥내 소화전을 사용하자는 얘기를 꺼내 서둘러 옥내 소화전을 열고 소방호스를 연결해 교통과 동료 20여명과 함께 재차 진화에 나설 수 있었다고 김씨는 언급했다.

김씨는 1년에 정기적으로 소방 교육을 받고 있는데 분말 소화기나 옥내 소화전 사용법 훈련으로 익숙해져 이번 화재 초기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되뇌었다.

여수시 교통과 김철식씨

교통과 주정차 관련 시설물을 담당하고 있는 김철식(51)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화재진압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교통과 동료들과 함께 한 일이라 주목받는 게 부끄러울 뿐입니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시내버스가 폭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있었지만 혼잡한 퇴근길 2차 사고는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로지 빨리 꺼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김씨는 재난재해 사전예방 활동강화 훈련에 골든타임 확보 중요성을 교육 받았는데 이번 화재 계기로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진화에 숨은 주역 역할을 했던 이들은 한결 같이 화재소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화재현장에서 교통과 직원들은 혼잡한 도로에서 교통정리에 나섰고 화재 현장 청소까지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 귀감이 됐다. 공직자로서 시민에게 봉사하다는 사명감으로 각자 제자리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 것이다.

시내버스 화재를 초기에 진화해 인명피해를 막은 여수시청 교통과 직원들

김용필 교통과장은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화재였으나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침착하게 초동대처를 잘 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고 밝혔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지난 10일 오전 시청 상황실에서 남경희, 김철식, 김정환씨  3명에게 표창을 수여하며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최우선으로 승객을 대피시키고, 화재사실을 신속히 알리는 등 초기진압을 위해 노력해준 여러분들 덕분에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강성복 전남지방경찰청장과 박상래 여수소방서장도 이들 공무원 3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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