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마을 이장 김완규(67)씨

“바람이 차 춥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소” 유모차에 의지해 마을회관으로 가는 할머니에게 세포마을 이장 김완규(67)씨가 반갑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지난 1일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쳐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7시부터 나왔다는 김씨는 농협서 구매한 유기질 비료를 각 부락 입구마다 분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세찬 바람을 맞아가며 11톤 화물차에 실은 비료포대 하역을 지시하고 일일이 가구별 개수를 확인하는 작업을 강추위 속에서 진행하고 있다.

김완규 이장이 강추위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부락입구에 화물차 비료 하역을 지시하고 있다.

도중에 만난 주민의 민원을 듣고 처리과정 답변을 주는 것도 김 이장의 몫이다. 김씨는 지난해보다 비료 1포대 값이 200원 인하한 1,800원이라며 주민들에게는 다소나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10개 부락, 230호 세대가 거주하는 세포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김씨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 30분 기상해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우선 불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새벽잠이 없어 일찍 일어난 항꾸네 보금자리에 기거하는 고령의 어르신들 안부를 살핀다.

김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어김없이 화양면사무소로 출근한다. 면사무소 분위기를 그 누구보다 빨리 파악해 눈치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도 해 면사무소 직원들에게는 고마움의 대상이다. 또한 화양면 이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어 각 마을 이장들의 알력과 다툼을 조율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항꾸네 보금자리가 위치한 마을 전경모습

김씨는 고령의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지난 2006년 세포마을로 귀향했다.

지난 1991년 여천에서 건설 하청업체로 일하다 원청이 자취를 감춰 8억 부도를 맞고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당시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1년 6개월 만에 복구하기도 했다. IMF 당시 건설업체가 줄도산 했던 시기를 묻자 김씨는 다행히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내실을 기해 위기를 피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의 권유로 지난 2008년부터 세포마을 이장을 맡았다. 세포마을에서는 이장이 선출직이지만 경쟁자 양보가 있어 추대형식으로 이장에 선정됐다. 도중에 2년 정도 잠시 쉬는 걸 제외하면 현재까지 세포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꾼으로서 고향 주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2009년 디오션골프장이 건설되면서 보상을 둘러싼 주민들간의 오해로 갈등 국면에 봉착하기도 했다. 해결하기까지 2년 반을 끌었던 이런 갈등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반대편에 섰던 주민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지금은 화합과 단합이 잘 되고 있다. 화기애애한 마을 분위기가 이때 조성됐다고 마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얘기한다.

김씨는 세간에 회자되는 말들이 부담스러운지 세포마을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마을 뒷산 당산제를 모셔 마을의 평안과 화합이 이뤄졌다며 조상들이 보살펴 준 덕택으로 돌린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당산제를 지낸다는 마을 뒷산 당산 전경

세포마을은 꽃피는 4월이면 마을 전체 주민들이 단체 여행을 떠난다. 매년 어르신들께 잔치를 베풀고 조성된 마을 공동기금과 주위 도움을 받아 관광버스 4대로 신바람난 꽃구경에 나선다. 4년 전부터는 다양한 마을축제를 펼치고 있어 다른 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씨는 여수시가 독거노인들이 함께 공동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한 항꾸네 보금자리에 대해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어르신들 호응도와 만족도가 높아 다행이라며 더 많은 보금자리가 만들어져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김씨는 예전 세포마을에서는 새조개, 어패류가 많이 생산됐지만 자원이 점차 고갈돼 신규 소득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향후 마을회관 앞 부지를 매입해 게이트볼장을 조성해 마을 어른신들과 젊은 사람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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