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취재부장

여수와 제주를 잇는 한일고속골드스텔라호 선내는 추석연휴 제주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 재잘거림으로 웅성거린다. 

풍랑주의보가 선내 방송을 통해 전달됐다. 외해로 나가자 1만5천 톤의 거대한 여객선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앉는다. 놀란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곤히 엄마 품에 잠자던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흔들리는 배에 아랑곳없이 저녁시간 식당 칸은 손님들로 만원이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라면을 먹다 갑자기 구토를 시작했다. 배멀미였다. 순식간에 식당 바닥에 음식물을 쏟아냈다. 어머니가 당황한 아이를 진정시킨 후 화장지를 이용해 바닥을 훔쳤다. 식당 직원은 주문받기에 분주할 뿐 거들떠볼 겨를이 없다.

구토물을 다 청소하고 나자 선원 한명이 나타나 화장지 몇 장을 바닥에 깔더니 구두발로 몇 번 이리저리 쓱쓱 닦는 시늉을 했다. 탑승객 한명이 승무원의 얼렁뚱땅 태도를 질책하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심드렁하게 알았다고 답변하더니 곧 밀걸레를 가져와 닦아냈다.

여수엑스포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자 하선을 위해 탑승객들이 중앙통로에 모여든다. 승선 때와 마찬가지로 혼잡한 상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선내방송은 선실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앵무새처럼 반복될 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반복된 상황의 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대처하는 태도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싶다. 선원들은 승객들이 말을 듣지 않아 지연되고 혼잡한 상황이 발생했다 떠넘긴다.

고객은 99% 서비스에 만족하다가도 미진한 1%에 불만을 터트리는 법이다. 흠 있는 1%가 만족했던 서비스 99%를 사정없이 깎아 내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한다. 앞서 솔선수범하는 모습, 미흡한 운영시스템의 개선, 승객들을 향한 홍보가 필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풍랑주의보 발령으로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 어린아이와 노약자를 위해 비닐봉지를 제공한다든지 흔들림이 적은 후미로 이동시키는 작은 배려가 아쉽다. 추석 연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수백 명 탑승객들에게 이런 조그마한 배려와 감동을 제공한다면 기억에 남는 즐거운 선상여행이 되지 않을까.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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