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권 (재)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남동부지부장

최근 드라마 ‘미스터션싸인’ 대사 중에 ‘살아라, 살거라, 살아 남으라’ 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청소년들, 각자의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생각해 봅니다. 

청소년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언제부터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삶을 살아가야 했을까요. 그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일까요. 그렇게 만들어 놓은 우리 어른들의 문제가 아닐까요.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먼저 학생들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상처가 보이고, 그들의 이야기가 들릴 때 우리 마음은 조금씩 움직여 나가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거와 청춘은 같을 수 없습니다. 아프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았기에 지금 청소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청소년 보다 무엇을 가진 자로서가 아닌 같은 사람으로 그들을 보고, 청소년들의 필요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그렇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 전남동부지부를 시작하면서 계획에도 없는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힘든 학생 두 명을 시청 사회복지과에서 도와주었으면 하는 요청이 들어 왔습니다.

저는 교육학이 전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육학자도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여 부족하지만 두 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저의 능력으로 할 수 없기에 주변에 자원봉사자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벌써 8년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 함께 하는데 인원은 5명 이상을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소수로 만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활동가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본 것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활동가는 정치인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가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4시간 함께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2~3시간 같이 있는 것으로 변화되고 성장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9시에 시작해 3시30분 정도에 일과를 끝냅니다. 소수 인원이기에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3개월 정도 함께 생활합니다. 학생들이 위탁으로 오기에 다시 본 학교로 가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출석은 인정되지만 교과목은 하지 않고 체험활동으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나누게 됩니다. 학교 공부가 우선인 학생이나 가정은 불편하고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교육하는 것은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존엄한 인간으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과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나에게 주어졌기에 저는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 받는 것은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입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 가지는 자존감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활동가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 활동 중에 분쟁조정, 갈등조정, 화해조정이 있습니다. 이 일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후 주체가 되는 피해자, 가해자, 학교가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할 때 제 3자의 도움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학교폭력은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때 분쟁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쟁 때는 금전이 오고 가야 해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돈만 오고 가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까지 해결되어야 서로가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습니다. 3주체는 당사자이기에 이성적인 합의 보다는 감정이 많이 있기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객관적인 공정한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것입니다. 먼저 피해자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듣고 공감합니다. 또한 가해자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듣고 공감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에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성적인 합리적인 선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충분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를 원하면 시간을 주면 서로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게 되고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중간에서 조정 역할을 함으로써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입니다.

조정은 서로가 권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조정가의 말을 듣지 않고는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정가는 먼저 신뢰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학생이 원하는 방법대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은 문제가 끝나면 안 보면 되지만 학생들은 계속 보고 지내야 합니다. 그러기에 모두다 win-win하는 결과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학생이 중심에 있어야 가능합니다.

학교폭력 예방 활동가는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활동가의 삶은 원하는 만큼 보상이 따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좋아서 하고, 필요해서 하고, 먼저 받은 은혜가 있어서 하는 것입니다. 저의 활동이 청소년들의 삶에 행복이 되었으면 하면 바람이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활동가인 송정권 목사는 현재 학교폭력 전문상담기관인 재)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남동부지부에서 활동 중이다. 청예단은 1995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아픔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땅에 자녀를 잃은 아픈 상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NGO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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