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그 사람을 닮아가고 싶고 내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존재,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 그 사람의 인간적인 향기에 이끌리게 된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흔히 진국이라 표현하고 가까이 두려 한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며 ‘함께 나누는 기쁨’ 집수리 봉사단장 김만곤(60) 씨, 착하고 순한 이들을 도와주는 다정한 캐릭터로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호빵맨’처럼 포근하고 믿음직스럽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베품입니다. 작은 베품이 큰 기쁨으로 다가오죠. 하지만 가정에서 베풀지 못하고 사회 나와서 베푸는 것은 생색내는 꼴밖에 되지 않아요. 먼저 가족들에게 충실해야죠”

그가 꺼내는 이야기 보따리를 듣자니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었나 싶다. 부모님 생전 수 십 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출근길 문안인사를 올렸다는 사실, 그것도 미평동서 본가가 있는 주삼동 해산까지 오가면서 말이다. 건강보험공단 퇴직 후에도 변함없이 그의 효행은 4년 전 부친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멈췄다.

당연 장남이겠지 지레 짐작했지만 5남4녀 중 넷째, 형제로 치면 7번째란다. 여수에 거주하는 관계로 장남 역할을 대신했다. 바쁜 일과로 하루 뒤 방문하면 모친이 “왜 너무 오랜만에 왔냐”고 말하는데 어찌 안 갈수가 있었겠느냐며 반문했다.

이 때문에 신혼 초 차려주는 아침 밥상을 놔둔 채 부모님과 식사를 하는 남편이 이상했지만 곧 부인이 이해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IMF 당시 직장 그만 둔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20년 됐지만 화원 배달을 도맡고 사회활동을 겸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특히, 부인이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장려해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는 ‘함께 나누는 기쁨 집수리 봉사단’을 지난 2007년 말 발족했다. 당시 그의 인품을 아는 지인들과 후배들이 그의 순수한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동참했다. 12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도배, 전기, 샤시 등 각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순수하게 자비를 모아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시청이나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대상자 추천을 받고 사전점검을 한다. 대게 읍면동에서 추정하는 공사 비용과 봉사단 셈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각 분야별 전문가 재능기부이다보니 재료비, 인건비 빼고 1,500만 원 공사비를 300만원 안팎에서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일반 공단 기업체 집수리 봉사단의 경우 3~4일 걸리는 공사는 근무에 지장이 있어 피하는 반면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함께 나누는 봉사단은 가능한 장점이 있다.

기억에 남는 집수리 봉사활동으로 첫 번째 집수리 대상이었던 돌산에 위치한 장애인 거주 집을 뽑았다. 10년 임대 조건을 전제로 건물주 확답을 받고서야 화장실을 만들 수 있었다.

또 화양면에 거주하는 당시 82세 독거노인 가옥이 태풍으로 지붕 기와가 날아가 구할 수 없어 궁여지책 원룸으로 개조하게 됐다. 3년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시면서 빈 집터만 남았지만 그래도 깨끗한 집에 거주하다 돌아가신 것 같아 다행이라 여겨졌다고 말한다.

함께 나누는 집수리 봉사단은 기업체나 일반 봉사클럽의 스폰을 받지 않는다. 순수하게 12명 회원들이 자비를 적립해 집수리에 나서고 있다. 부족한 금액 발생시 십시일반 회원들이 재원을 보충하고 있다.

그는 축구활동 40년 경력, 현 쌍봉동 불새 족구팀에서 활약할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다. 또 과거 여묵동호회에서 활약할 정도로 서예 실력도 뛰어나 집안 제사 축문과 지방을 도맡는다. 

문무를 겸했다고 할까. 다재다능한 그에게 역으로 못하는 걸 물었다. “골프 못 치고요. 젊어서 담배는 한 번 피워봤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며 웃는다.

현재 그는 여수시 예산협의체 의원, 체육회 이사, 쌍봉동 지역사회보장체 협의위원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편 비닐하우스 블루베리 1,500주를 관리하며 다가올 풍년 수확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꽃은 피고 소리가 나지 않고 새는 아무리 울어도 눈물이 흘리지 않는다. 사랑은 불타올라도 연기가 나지 않더라. 좋은 사람은 자기가 좋으면 다 좋더라” 며 “정말 여러 사람을 사랑해 주고 모두가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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