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은 30%의 사랑과 70%의 용서가 융합된 것이라고 말한다. 서기즉혼(恕己則昏),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부부지간에도 허물을 감싸줘야 원만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57년째 결혼 생활을 이어온 노부부를 만나 그들의 결혼 삶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수 삼일면 화치가 고향인 주광식(79)씨는 양가 부모님의 중매로 장순자(78)씨와 지난 1962년에 결혼해 부부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세상 사람과는 차이가 있지. 그때는 양가 부모님이 시켜서 결혼하고 살았제” “결혼 57년을 표현하자면 솔직히 즐거웠다고 얘기는 안 되고 경제적 곤란으로 서로가 힘들었지” “돈이 없어 부부지간에 트러블도 생겼고 지금은 나이 들어 몸이 아프지만 그런 험한 세상을 서로 견뎌내고 살아왔다고 봐”

주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보다는 선친의 가업을 이어 농사짓고 화치동서 17년 정도 거주하며 마을이장, 읍사무소 근무도 했다. 1970년대 후반 오천동으로 이사해 장모가 거주하던 집을 구입해 40년째 살고 있다. 닳고 해진 처마랑 문설주 일부를 리모델링 했지만 옛 정취는 그대로다.

그동안 그는 고령의 장모님을 30년간 모셨다. 현재는 나이 들고 힘이 부쳐 서울서 처남이 97세 노모를 부양하고 있다. 매일 4킬로미터를 허리 꼿꼿이 세우고 걸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생한 아내에 대해 묻자 입을 한참 동안 굳게 닫고 있던 주씨가 말문을 열었다. “맘은 있는데 성격상 여자들에게 자불자불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라 애정표현을 잘 못해. 나가 못해줘 항상 짠하게 생각해” “집 사람이 참 부지런해. 시간 있으면 손 놓을 줄 몰라. 마당이든 마루든 뭐든 손길이 가야하고 일할 때 꼼꼼해. 성격도 나와는 달리 쾌활하지”

잠시 나들이 다녀온 장순자씨는 낯선 이의 방문에 놀라는 눈치다. “27살에 집안 형님들을 따라 전주, 남원 내륙으로 멸치장사를 따라다녔는데 생눈물이 나더라구. 꽃다운 나이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서러웠지. 잠시 80~90년대 쥐포공장이 활황일 때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다가 폐업이 속출한 이후는 공사현장 노가다, 식당 등에서 일하기도 했지”

두 내외는 슬하에 2남1녀 자식들을 뒀다. 여수에 정착한 자식들에게 걸림돌이 아닌 디디돌이 돼야 한다며 부모로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효도하고픈 맘은 있지만 처자식 먹여 살리려 지들 살기 바빠. 그래도 남편 밖에 없어, 내가 아프면 남편이 병원에라도 데려다주잖아. 남편이 제일이제”

57년 결혼생활의 선배로서 조언을 구했다. “요즘 사람들 정말로 참을성이 없다.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해. 잘 생각해봐야 돼. 사람 사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 괴롭고 힘들지만 서로 달래고 위로하고 극복해야지. 맘이 꼭 맞아 살아가는 것 아니다. 때론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와”

덧붙여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으로 부인 장씨는 “부부지간에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서로 꼭 의논해 일을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두 내외는 여수시니어클럽에서 매주 월, 수, 금 주민자치센터가 지정한 독거노인을 찾아 집안청소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월 받는 수입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노부부에게 큰 보탬이자 즐거운 노후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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