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출하하고 목돈 좀 만진다 싶으면 다음 출하를 위해 송아지 구입해야지. 또 사료값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보통 32~34개월 키워 출하시키면 마리당 200만 원 정도 차익이 생겨야 일할 맛이 나는데 차포 떼고 나면 100만원 차익 남기기도 힘들어”

여수 삼일면 출신 최인호(62) 씨는 순천농업전문학교를 졸업하면서 당시 소 시세가 좋아 축산업에 뛰어들어 소 사육에만 40년 인생을 바쳤다.

지난 1998년 화양면에 축사를 이전한 후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축산 여건은 녹록치 않다.

300평 남짓 축사에는 한우 130두가 자라고 있다. 거세된 한우 100여두에 번식용 한우가 30두 있다. 영양 상태가 좋아서인지 출하를 앞둔 한우들은 임신한 소처럼 포동포동 살이 쪘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려 습한데도 축사 안은 환풍기가 돌며 공기를 순환시켜 생각보다 쾌적하다. 우려했던 분뇨 냄새가 덜하다.

“묵고 살다 죽는 판이제. 요것 해갖고 큰 돈은 못 벌어. 나이 묵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제. 이 나이에 업종을 바꿀 수 없어 하는 것이 숙명이제” 라며 그는 허탈하게 웃는다.

축산 농가는 목돈을 들여 놓고 2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2년간 사료 값을 감당하자니 회전율이 너무 낮다. 다행히 4년 전 소파동을 겪은 후 시세가 많이 회복되면서 덩달아 송아지 가격도 올랐다. 번식우 사육이 제격일 정도다. 하지만 또 다른 파동을 초래할 우려가 남아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축산업도 일괄사육이 가능한 복합영농이 해답이다. 그렇지만 소자본 축산농가로서는 투자여력이 없고 2년 이상의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넉넉한 자금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볏짚롤을 이동시킬 수 있는 지게차, 분뇨를 치울 수 있는 소형 트랙터를 도입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가배합를 할 수 있는 린도피드믹서기가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서 먹이를 공급한다.

축사 안은 현대식 기계화를 시도해 자가 배합 기기(=린도피드믹서기) 궤도 레일을 중심으로 한 켠에는 출하시기를 앞둔 한우가 맞은 편에는 송아지를 비롯해 어린 소들로 분류됐다. 궤도레일을 따라 기기가 움직이며 자동으로 먹이가 공급된다.

여수지역 축산농가 4곳에 배치돼 자가 배합을 할 수 있는 자가배합기기 도입은 시간과 노동력, 비용 감소, 편리함을 가져왔다. 콩비지, 소맥피, 단백피, 옥수수 외에 마당에 적치된 볏짚롤 등 농산 부산물을 기기에 넣어 자가 배합하고 있다.

보통 한우 1마리당 배합사료는 300만원이 훌쩍 넘지만 자가배합은 300만원 정도로 10% 정도 비용을 절감했다. 자가배합은 배합사료보다 성장기간이 3~개월 길다. 대신에 가격과 직결되는 출하된 한우의 등급은 꽤 우수한 편이다.

축사에서 자리를 옮겨 집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거실에는 부인과 제수씨가 제사음식 마련에 분주하다. 오늘이 선친의 기일이다. 전을 지지는 바쁜 손놀림에 아랑곳없이 이번에 농축산정책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40년간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느꼈던 회한과 농업정책의 미흡한 점에 쓴 소리를 내던졌다.

한반도의 가장 아래 위치한 여수는 축산업이 낙후돼 있다. 과거 많을 때는 16,000두 가량 됐는데 지금은 5천두 남짓 될 정도로 축산농가가 위축됐다. 외부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지자체의 축산농가에 대한 환경 오염이라는 부정적 낙인과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한다.

“될 성 싶은 농축산 후계자에 보조금을 좀 더 지원해 성장시켜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보조금도 여러 사람에게 균등하게 소액을 지원하는데 치중하고 있어. 또 어떤 농작물이 잘 된다 싶으면 이사람 저사람 다 달려들어. 결국 중복투자에 과잉생산은 이것 저 것도 아닌 것이 돼버려. 이건 다 함께 망하는 꼴이야!

그는 앞으로 2026년이면 수입소 관세가 제로상태가 된다. 한우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마블링 있는 한우를 찾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차별화된 등급제를 통해 수입소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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