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을 뚫고 여명을 알리는 정유년 닭의 해를 맞이해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역인 여수 지역에서 육계를 사육하는 관기농장주 이기연(61)씨를 만났다.

육계 출하시기와 겹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씨에게 꺾일 줄 모르는 AI에 대해 묻자 “여수 지역은 양계 농장수가 적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AI가 창출하는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여수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장 입구에 석회가루를 뿌리고 정기적인 소독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어 AI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이씨의 닭과 인연은 25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종사촌이 1만수 양계농장을 건립한 후 일손이 달리자 도움을 요청해 2년 6개월 정도 근로자로 육계사육 경험을 쌓았다.

이후 27살에 적립했던 적금을 털어 때마침 나온 지인의 농장을 인수해 첫발을 내디뎠다.

이씨는 지난 1980년 육계농장을 시작할 당시를 회고하며 “이지역 육계농장이 30여명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8명만이 남아있다”며, “육계농장 외 율촌 신풍지역에 산란계 농장도 많았으나 고령화와 영세농장주들의 기계화시설 비용부담과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지 못해 사라져갔다”고 밝혔다. 또한 가금류 사육은 숫자에 비례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을 운영해야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수 있는데 영세농장으로서는 기업농을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말한다.

현재 이씨는 농장 3곳을 소유하고 있으나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농장 육계는 4만수 그 외 2개 농장은 임대를 해주고 있다. 수 십년 동안 육계를 하다보니 이제 힘에 부치는 나이가 됐다고 얘기한다.

전국의 육계 농장 98% 정도가 하림, 마니커 등 기업소유 닭을 대리 사육하는 ‘계열’이며 농장은 육계 마리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고 이씨는 말한다. 안정적인 판로가 보장되지만 대신 과거 수준과 비교하면 마진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이씨는 10여 년 전부터 친환경 육계를 사육해 기업형 계열 농장과 경쟁하며 여수, 순천, 광양지역에 학교급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학교급식 납품조건은 까다롭고 힘들어 중도에 농장주들이 포기해 현재 4곳만이 남아 있다. 3년마다 갱신되는 작업장·업소·농장 축산물안전관리 인증(HACCP)과 네오친환경인증센타가 부여하는 무항생제축산물 인증 2개를 획득해야 비로소 학교에 납품할 수 있다.

활어양식 어업인이나 축산 농가는 사료값 폭등으로 골치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30년 전 1Kg 닭 한마리에 1,200~1,300원 출하가격이었는데 지금도 그 가격은 큰 변화가 없다. 대신 1포대 당 사료값은 2천원서 1만5천원으로 껑충 뛰어 감당키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 지역 육계농장주들에게는 IMF 금융위기보다 지난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악몽이다. IMF 때는 활황기였다며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직장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치킨집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덩달아 육계농장이 반사이익을 봤다.

반면 조류독감 발생 후 2년 동안 소비 회복이 되지 않아 농장주마다 최소 2~3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병아리 한 마리를 600원에 구입해 1개월 가량을 키워 1kg 한 마리당 300원에 눈물을 머금고 출혈 출하를 했다. 소비 감소가 주된 이유지만 육계 특성상 1kg을 넘어가면 판로를 구할 수 없어 덤핑 출하로 손실을 키웠다.

2년간 예탁했던 운영자금마저 소진해 대출을 받아 견뎌낼 정도로 힘들었다며 이때 이 지역 육계농장이 붕괴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육계농장은 약 2개월 주기로 출하와 정비를 반복해 1년에 평균 6.5회 정도 출하가 이뤄진다. 병아리를 구입해 1kg 크기로 성장시켜 출하하는데 1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후 1개월은 농장시설을 청소하고 정비하는데 1개월을 보낸다.

향후 계획과 정유년 소망을 묻자, 이씨는 OECD 닭소비량과 비교해 국내 닭소비는 3분의2 수준으로 아직도 3분의1 수준의 소비여력이 남아있다며 닭사육의 전망을 높게 봤다. 조만간 AI가 물러가면 모든 게 정상화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결혼 후 10년 만에 늦둥이 아들과 딸을 봤는데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돼 감사하다며 제 앞길을 잘 헤처나가기를 기원했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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