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기사(거문도 탐방)

“녹산등대 가는 길, 풍광 멋져요”
 눈과 입, 오감이 즐거운 거문도 여행. 청정 해풍쑥, 갈치 등 특산품 “유혹”

여수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줄리아아쿠아호가 거문도를 향해 바닷길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배안이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 해야 하는데 빈 자리가 많다. 관광객 발길이 줄어드는 거문도 뱃길의 현 주소인 듯 싶다.

거문도에 도착하자 이재흠 부면장<사진 뒷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면사무소에서 잠시 대기 중인데 옆에 있던 동료가 신난 듯 닌텐도가 출시한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하고 있다. 얼마 되지도 않아 열 마리 가까이 쉽게 포획한다. 이부면장에 따르면 고도보다 동도에서 더 잘 잡힌다면서 최적 포인트를 알려준다.

이 부면장은 거문도 관광객이 6분의 1로 줄어들어 거문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경제 회복을 위해 현재 하루 2회 운행 중인 선박 증편과 직항로 개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거문도 토박이인 박성순(50) 씨는 “한 때 2만 명이 거주하며 불야성을 이뤘던 거문도의 주민등록상 거주민은 10분의 1로 줄어들어 현재 1,800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인구수 감소만큼이나 경제 활력이 많이 사그러졌다” 며 못내 안타까워했다.이 부면장은 “다행히 올해 거문도 관광객이 조금씩 증가해 년 6만 정도 예상 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관광 컨텐츠를 개발해 거문도를 찾는 발길이 많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고도 여객터미널부터 삼산면사무소 입구까지는 관광객들이 찾는 횟집과 민박집이 줄지어 서 있다. 포구에는 조업을 마친 삼치잡이 배들이 정박했거나 출항 준비를 하는 어선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상가 앞에는 길게 데크 다리가 놓여 있는데 잠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오전 거문초등학교 취재를 마치고 허름하게 보이는 번지횟집 식당에서 고등어회와 조림을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어떻게 먹을까 주저하는데 인상 좋은 주인 아주머니는 “우선 묵은지 위에 밥을 얹고 고등어회를 양념장에 살짝 묻힌 삼합회(?)를 한 입에 먹어보라”고 귀뜸해 준다.
고등어 속살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육지에서 먹던 고등어회 식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이 식당이 맛 집으로 소개된 거문도 3개 중의 한 곳이란다.

식사를 마치고 녹산 등대길 트래킹에 나섰다.
거문도 내해가 세 개의 호수 같다고 해서 서도와 고도를 연결한 다리를 삼호교(三湖橋)라 부르는데 거문도에 차량이 없던 시절 만들어진 것이라 도로 폭이 좁다. 행여 진입 금지 신호 등을 무시하고 들어갔다간 중간에 맞닥뜨리는 낭패를 보게 된다.

서도와 동도를 잇는 웅장한 거문대교 입구에 녹산 등대 가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취재에 동행한 박성순 씨에 따르면 “녹산 등대까지 가는 길은 성인 걸음으로 왕복 1시간 남짓 소요된다”고 얘기한다.  실제 답사해보니 확 트인 바다를 마주하며 걷다보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한 착각에 빠져 주변 풍경에 도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넉넉히 2시간 정도 잡는 것이 좋다.

앞서 면사무소에서 면직원과 해군부대원들이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녹산등대까지 웃자란 잡초를 제거했다고 했는데, 잘 정비된 등산로 때문에 편안하게 걸으며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녹산 등대 가는 길에 조성된 ‘신지끼 인어상’을 보노라면 관광객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인해  인어상 오른쪽 엉덩이와 가슴이 손길에 닳아져 있다.  ‘눈으로만 구경하세요’ 라는 주의 문구를 써 놓아야 할까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해에는 양식장이 펼쳐져 있는데 돌돔, 자라돔, 농어가 주로 양식되고 있다. 맑고 푸른 바닷물에서 양식되고 생 사료를 사용해 다른 지역 양식 어종보다 육질이 쫄깃쫄깃해 값어치가 높다고 한다. 

<녹산 등대 가는 길 좌측 서도 장촌마을 뒷 산 자락에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는 해풍쑥 경작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거문도에서 빠질 수 없는 특산품이 청정지역 해풍을 맞고 자란 해풍쑥이다. 향이 짙고 아미노산 함량과 황산화력이 높아 영양이 풍부해 인기가 좋다고 한다.
거문도해풍영농조합법인에서는 해풍쑥을 이용해 쑥차, 쑥즙, 쑥떡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트래킹코스, 청정 겨울 해풍을 맞고 자라 건강에 좋은 해풍쑥, 거문도의 대표적인 먹거리 은갈치, 삼치, 전복 등 입맛을 돋우는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해 오감이 즐거운 먹거리, 볼거리가 거문도 관광을 유혹한다.

김 병 곤 기자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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