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담벼락을 뒤덮은 덩굴식물, 길가 논두렁이나 숲속 소나무 줄기를 휘감은 덩굴식물이 바로 마삭줄이다. 우리 주변에 널려 있어 너무 흔한 탓일까 귀한 줄 모른다. 늘상 보기에 단순 덩굴식물로 치부해 버린다.

발상의 전환으로 여수지역 365개 섬에서 자생하는 마삭줄과 독특한 돌연변이 무늬마삭을 분재로 상품화시킨다면 어떨까? 마삭줄은 줄기와 잎에 털이 없는 것을 민마삭줄, 전체가 대형인 것은 백화등(=상록 덩굴나무)이라 한다.

덩굴식물을 분재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이미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여수에서 유일하게 무늬마삭을 재배하며 관광상품화를 시도하는 정성채(52) 씨 마삭줄 인생의 야무진 꿈을 들어봤다.

KT에 25년 근무했던 그의 손등은 과거 화상을 입어 검붉은 흔적이 남아 있다. 수개월 병원에서 화상치료를 받던 중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분재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2014년 명예퇴직 신청과 함께 본인 취미생활이었던 분재에 눈을 돌렸다. 600평 토지에 3연동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기존 과수분재나 와송은 경쟁력이 없음을 알고 새로운 대상을 찾아 2016년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서 나오는 무늬마삭에 투자했다.

현재 그가 화원에 보유한 무늬마삭줄은 1만5천개 정도다. 성공 확신이 없으면 섣불리 투자할 수 없을텐데 그 가능성을 보고 지금껏 4년째 투자를 지속했다. 판매 가능한 무늬마삭줄 2만개를 목표로 2년 정도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봄이면 쟈스민향을 풍기는 마삭줄의 꽃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들며 감상할 수 있다.

마삭줄은 황금마삭, 오색마삭, 황금좀마삭, 칼마삭 등 국내 서식하는 종류만 해도 200여종이 넘는다. 그는 무늬마삭 10종류를 포함 50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5종자를 선별해 상품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상품판매 유형은 2년생 마삭줄 화훼 판매와 알루미늄 분재 철사로 곡을 넣고 조형미에 멋을 더한 분재 2종류다.

그는 무늬마삭줄의 상품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봄이면 쟈스민 향을 풍기는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이면 독특한 산반무늬 형태가 잎에 뚜렷하게 나타나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면 빨갛게 물드는 단풍 무늬의 화려함과 겨울이면 사계절 푸르름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특히 가정 주부들이 집에서 손쉽게 화훼용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수를 대표하는 돌산갓김치, 거문도 해풍쑥은 전국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민이 먹고 살 수 있는 다양한 소득원 발굴과 상품화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상남도 통영과 고성지역의 마삭줄 화훼농가가 많고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그런 화훼농가가 없다. 찾는 사람도 적고 사업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남들과 달리 다른 생각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흔하지만 관심이 적었던 분야가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여수 관광객 1,300만 명이 찾는데 갓김치와 해풍쑥만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것 보다 여수지역에서 생산된 무늬마삭줄도 관광상품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이 체류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다육이 판매처럼 2년생 무늬마삭줄을 대상으로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고 보관과 생존이 보장되는 판매 전략과 방안을 찾고 있다.

5종자로 선별된 무늬마삭줄은 여수 거문도, 금오도, 낭도, 연도, 하화도 등 섬 이름을 명명해 그 섬이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곁들인다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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