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좋은 날이면 푸른 창공을 향해 연을 날리는 남자라며 주위에서는 연에 미친 사람으로 통합니다” “한지 1장, 밥 1숟갈, 낫, 정지칼 하나 던져주면 연을 만들 줄 알아야 장인에 버금가죠”
여수 화양면 출신 일연 김대헌(45)씨는 우리지역 어른신들이라면 ‘삽사리 온장연’ 이름만 들어도 다 안다며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삽사리 온장연’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장인이다.  온장연이란 온전히 한지 한 장에 만들어지는 방패연으로 일명 귀신을 쫓는 ‘액막연’이라고도 한다. 온장연보다 작은 반장연, 허릿살이 없는 참연이 있다.
김씨는 지금껏 만들어 소장하고 있던 ‘삽사리 온장연’과 가오리연, 전국의 내노라하는 연 명인들이 선사한 전투연 수십 점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 중에는 조상 대대로 이어진 할아버지, 삼촌, 본인의 손때 묻은 얼레도 눈에 띈다. 특이하게 전기다리미가 있어 사용처를 물어보니 한지 습을 제거하고 연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림질 목적이란다.
온장연의 특징은 태양을 등지고 날릴 때 적색과 백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연이 더 크게 보인다. 또한 머릿살 뒤에 설치한 벌에서 바람이 연을 타고 흘러내리며 내는 ‘벌’ 소리가 온장연의 핵심이다. 잘 만든 연은 5백 미터 아래서 연줄에 귀를 대면 바람을 타고 흘러내리며 ‘부르르’ 떨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한다.

<삽사리 온장연의 명맥을 잇고 있는 김대헌씨가 직접 만든 온장연, 가오리연을 삼촌과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또한 김씨 집안 대대로 내려온 온장연의 특징은 무게중심을 잡는 중살(=꼰지살)과 머릿살(=이맛살), 장살(=귀살) 장식을 위해 덧붙이는 깐치(까치에서 유래), 연 꼬리에 달린 오각형 문양과 생식기를 닮은 모양(=붕알), 머릿살쪽에 붙인 상징문양 비르배기다. 특히 김씨가 직접 디자인한 수레바퀴형을 닮은 김씨의 비르배기는 사람으로 치면 지문인식과도 같다. 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든 이와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인 것으로 현재 10가지 문양을 갖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작은 아버지가 명절 때마다 만들어준 연을 날렸다”며 “보고배운 손재주가 있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직접 연을 제작해 어린 동생들에게 나눠줬다”고 김씨는 말한다.
“보통 연제작에 들어가면 3점 기준으로 최소 3주에서 1개월 정도 소요 됩니다”,“모양과 형태 만드는 재단에 20%, 분죽, 왕대 연살 작업에 50%, 붙이는 과정이 10%, 기타 건조, 테스트 과정이 20% 공정으로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죠”
김씨는 온장연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중살, 귀살, 머릿살, 허릿살에 사용하는 대나무 선별에 심혈을 기울인다. 왕대는 중살로 사용하고 귀살, 머릿살은 3~4년생 이상 분죽을 선호한다. 분죽 하나에 3도막 밖에 사용할 수 밖에 없고 모든 절차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고된 과정이다. 보통 동절기에 절단해 청태가 끼거나 대나무 좀 방지를 위해 신문에 말아서 뒤뜰 그늘에 2년 정도 건조 후 사용한다.
현재 김씨는 대한연협회 카페 운영자로서 폭 넓게 활동하며 ‘삽사리 온장연’에 대한 도우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방패연 목줄은 중살과 귀살을 연결해 3줄을 사용하지만 온장연은 뒤로 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완줄 2줄을 이어 5줄을 사용하죠. 더 큰 연은 7줄을 사용합니다”, “ 방줄(=목줄)을 매는 것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연날리기가 어려워 이것도 기술이자 노하우입니다”
 “하지만 반발력과 탄력에 핵심이 되는 연살 깎는 방법만은 아직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금까지 만든 연을 아직껏 팔아본 적이 없고 설령 산다는 사람이 있어도 팔지 않는다며 다만 전국 연 지인들과 교류차원에서 선물해주거나 전시회 출품 목적으로 기증하고 있어 자신의 온장연이 전국에 걸쳐 퍼져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의 삽사리 온장연은 미국 펜실베니아 펜 박물관과 영국 큐(KEW)왕립식물원에 기증돼 전시돼 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온장연 만드는 취미만 있었지 전투연과는 거리가 멀었던 김씨는 올해 사천에서 개최된 연날리기 전투연 대회에 첫 출전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물리치고 16강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래도 김씨는 전통을 잇는 삽사리 온장연이 더 매력 있다고 말한다.
김씨의 소망은 공방에서 만들고 싶은 연을 실컷 만들어보는 꿈이다. 취미생활로 하고 있지만 조상대대로 내려온 삽사리 온장연의 맥이 끊어질까 봐 걱정이라며 가능하다면 제자를 양성해 삽사리 온장연의 전통을 잇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집안 대대로 물려온 삽사리 온장연과 선물받은 전투연>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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