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윤제문이 주연한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는 그저 평범한 한 공무원이 주인공이 이야기이다. 그런 평범한 7급 공무원인 한대희(윤제문)는 스스로 일에 만족하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시생’들이 합격 이후 가장 꿈꾸는 공무원의 삶은 첫 번째가 ‘안정감’, 두 번째는 ‘적절한 전문성을 갖추고 공공 분야에 헌신하는 공직자의 삶’이다.  ‘공시족’을 넘어 요즘 일찌감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을 일컫는 ‘공딩족’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다.

여수시 공원과 최석원 시설팀장을 만나 그동안 30년 공직생활 얘기를 나눴다. 평범한 공무원이 신문지면에 소개되는 것에 다소 부담감을 가졌다. 공무원으로서 직장 생활하는 소소한 우리이웃의 일상을 소개하며 독자의 공감대를 가져보려는 취지를 설명했다.

최팀장은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1회 졸업생으로 4학년 2학기에 일찌감치 승주 군청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어느덧 여수지역 공원을 조성하는 녹지직에 헌신한 30년 경력의 베테랑이 됐다.

“일은 사람이 있어야 하죠. 정말 고생하는 공무원들 많아요. 행사부서인 관광과, 교통과, 동절기 마음 졸이는 산림과 직원들을 비롯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이 수두룩 합니다” “나야 전공을 떠나 한 분야에 오랫동안 매진한 전문가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좀 더 했을 뿐이죠”

최팀장에게 30년 공직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일들을 요청했다. 먼저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박람회을 준비하면서 지난 2009~2010년 오동도 산책로 조성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동도 방파제 길이 선정됐는데 항만청 사업과 중복돼 시에서는 오동도 공원내 산책로 전체를 정비하는 걸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으로 조성된 오동도 산책로

오동도 관리팀에서 근무하며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여름에 모기들과 싸우고 겨울에는 칼바람 맞아가며 공원 산책로 조성에 사투를 벌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 오동도에 살았던 주민 27가구가 떠난 뒤 잔여물인 파이프, 전선 등이 나무 뿌리에 얽혀 있어 일일이 뜯어냈단다. 특히 오동도 포토존의 경우 해안지역에 계단식 데크 설치를 위해 모터 보트를 타고 선형을 잡아 멋진 포토존을 탄생시켜 기억에 남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오동도 등대 주변 산책로는 친환경 황토길이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곤충, 물 흐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데크를 지면으로부터 올려 생태통로가 조성돼 있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사용했던 주재료 소나무 칩을 황토와 혼합해 이용하고 친환경 경화제를 사용해 황토길을 조성하도록 상사를 설득시켰단다. 비 온 뒤 새벽녘 산책로를 걸으면 황토흙 냄새가 확 풍긴다며, 30년 만에 돌아온 오동도 황토길로 언론에 대서특필했을 때 보람과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가 고집이 세다는 얘기를 들어요” “보도블럭 설치 하나라도 꼼꼼하게 검증을 거치죠. 물에 담궈 투수율도 보고 스크래치를 내서 강도 테스트를 해 본 후 승인을 받고 있죠”

물론, 박봉의 월급과 오해로 일을 관둘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책임감과 사명감이 배었다. 최팀장은 산림과 산불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15년 치 산불 통계를 자료를 토대로 관내 25곳에서 집중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곳을 집중관리할 수 있도록 지형도를 만들어 27개 읍면동에 배포하기도 했다.

최근 최팀장은 오는 2020년까지 추진되는 전라선 철도 폐선부지 공원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주민들 품으로 돌아가 멋진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기존 숲을 최대한 살리고 자전거 길을 조성하는 일이다.

전라선 철도 폐선부지를 공원화해 자전거 길을 조성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이용자의 취향과 나이에 맞춰 맞춤형 공원시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원 조성 후 관리부분까지 고려해 공원과 팀장들이 머리를 맞대 조율하고 있죠” 더불어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덩달아 공원 수도 증가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그와 비례해 공원을 조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 충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작은 부분 하나 하나에 세밀한 관심을 둬 주민들이 편리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였다.

문치마을 아치교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뿜어내는 운치를 고려해 미평동 90년생 은행나무를 잔디광장 주변으로 옮겼다. 또 문치마을 아치교 조성 당시, 둔덕동 쪽에서는 휠체어가 이동 가능하지만 반대쪽은 계단을 조성해 이동이 불가능했다. 당시 관사 건축 중이던 교회를 설득해 흙콘크리트 포장 길을 승낙 받아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게 설계변경 할 수 있었다. 공무원들의 작은 관심과 수고가  주민들에게는 멋진 풍경과 편리한 접근을 가능케 했다.

최팀장은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는데 후배들에게 그동안 공원시설 분야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며, “나태하지 않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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