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으로 오른쪽 신체마비를 겪고 있는 장애1급 정태환(67)씨에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지적능력과 어눌한 말투, 신체 한편이 마비돼 손발이 불편함에도 남들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정씨의 낯빛은 항상 밝은 표정이다.

전문 사진작가의 반열에 이를 정도로 수준은 아니지만 다소 불편함을 이겨내고 사진이라는 소재로 주변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전남 곡성 출신인 정씨는 부산에서 성장했다. 평범한 대학시절 재즈 음악에 푹 빠져들게 된다. 곡을 편곡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이미 사라졌지만 TBC방송이 주최하는 각종 가요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때 당시 음악인들의 멍에랄까. 잦은 음주와 고혈압은 정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불혹의 나이에 제주도로 건너가 나이트클럽 대표로 활동 하던 중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오른쪽 신체가 마비됐다. 주변에서 다 얼마 살지 못 할 거란 얘기를 들었다.

“당시 5년만 더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치료차 음악을 함께 했던 지인이 머물던 전남 구례군 피아골 준규마을로 들어갔죠. 그렇게 11년간 지리산에서 요양생활을 했습니다” 지난 1995년 친동생의 권유로 여수를 찾아 문수동에 주공아파트에 기거했다. 5년만을 외치던 심정이었는데 어느덧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질병과 싸우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듯 부산함을 떨었다. 2011년 전남대 여수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사진 강좌 참여가 인연이 됐다. 회원들과 함께 이 곳 저 곳을 찾아 풍경과 인물을 사진에 담았다. 음악에 푹 빠져들 때처럼 카메라 앵글 속에 담기는 세상 풍경이 신기하고 마냥 좋았다.

전북 고창 청보리밭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

출사 전 정씨는 미리 찍을 포인트를 미리 구상한다. 몸이 불편해 이동을 최소화시켜

여수밤바다 불꽃 축제

원하는 피사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왼손만으로 작업해야 하기에 카메라 삼각대는 필수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정씨의 눈은 이제 평온함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사실 제가 사는 여수의 아름다움을 잘 몰랐어요. 기회가 된다면 여수 명소 곳곳을 찾아 사진에 담아보고 싶어요” 정씨의 작품을 향한 열정과 고집은 지난 8월 4일, 5일 양일간 펼쳐진 여수밤바다 불꽃 축제에서 빛났다.

장애인콜택시를 어렵사리 타고 여수밤바다 불꽃 축제 목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일찌감치 오후 2시에 출발했다. 하지만 첫째날 고소동 한신아파트를 찾았다가 때마침 내린 폭우로 큰 고초를 겪었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뒷날 비가 그치자 오후 4시에 출발해 자리를 잡고 원하던 불꽃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었다. 교통난으로 새벽 1시 30분에 귀가할 정도였지만 작품사진에 대한 열망과 고집은 전문 사진작가들 못 지 않았다.

“이번 전시가 진짜 마지막 전시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손이 불편해 셔텨를 누를 때도 힘들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도 다닐 때도 불편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여수장애인종합복지관 전시회

정씨는 여수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3회째 사진전시회를 개최했다. 3회째 전시회는 장애인을 위한 사진과 복지관 이용자들의 모습, 여수불꽃축제, 연꽃, 진도, 세월호 등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해 전시했다.

‘주변에서 사진을 판매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라는 질시와 오해가 있었지만 전시회가 끝나고 작품사진은 지인들이나 지역 장애인 단체에 기부했다. 지금까지 1천여점을 나눠줬다.

사실 전시회를 치를 때마다 액자값과 인화값이 만만치 않다. 전기, 수도세를 절약하고 공과금으로 내는 지출을 최대한 줄여 비용을 마련했다. 정씨는 이젠 근검, 절약이 몸에 배 괜찮다고 웃는다.

앞으로 인물사진 위주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자꾸 신경에 거슬렸던 발목이 올초부터 나빠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외지 출사보다는 여수의 멋진 풍광과 주변의 인물들을 찾아 그들의 정겨운 얼굴을 담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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