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가냘픈 몸으로 주말농장, 펜션운영, 무화과와 미니사과 재배에 이르기까지 의욕 넘치는 여장부다. 여수 신기동 출신인 이경옥(52)씨는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종갓집 종손 며느리로 들어와 귀농 전까지 여수서 보습학원을 운영했다.

평소 아열대 과일, 채소류 등 신품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블루베리, 다육, 호박, 멜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종자를 전답에 심었다. 한마디로 욕심 많은 귀농 5년차 농부다. 하지만 이젠 벌려 놓은 일이 너무 많아 수습이 안돼 좌충우돌 초보 농부란 소릴 듣기도 했다.

시아버지가 오래전에 작고하시고 시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뒤 소라면 오룡마을 본가는 폐허가 됐다. 그냥 놔둘 수 없어 지난 2012년 큰 맘 먹고 남편과 함께 귀농했다. 다행히 오룡마을에 터를 잡은 종갓집 종손의 귀농이라 주민들과 큰 거리감 없이 도움을 받았다.

2년 동안 본가를 리모델링하고 방치된 전답을 재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150년 수령의 암수 은행나무가 마당 한 켠을 지키고 있어 본가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풍수지리에 밝지는 않지만 집 뒤로 완만한 산세를 등지고 앞에 확 트인 전망은 한 눈에 봐도 명당자리다. 본가 뒤에는 멋진 한옥 건물이 자리잡고 있는데 독채를 여수나무향기펜션으로 운영 중이다.

“전답이 마을 중앙에 있어 귀농 후 밭에서 일하고 있노라면 마을 어르신들이 지나가다 어김없이 다가와 꼭 한마디씩 거들어요” “처음에 창피하기도 해 그냥 지나갔으면 했는데 어르신들 조언 때문에 많이 배웠죠” 노하우가 없다보니 여름철 뙤약볕에 혼자 일했다. 뒤늦게야 여름철 대낮에는 농사일을 피한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농사에는 문외한이었다.

본격적인 농사를 생각하고 2015년 농업기술센터 문을 두드려 농업인대학, 창조경제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이후 주말농장사업 지원을 받아 650평 하우스 안에 상추, 공심채, 고추 등 채소류를 심어놨다. 한옥펜션을 이용하는 숙박객들에게 주말농장 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우스내 300평을 말 2마리, 토끼, 닭, 기러기 사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초 작업이나 주말농장 동물사육은 해상조종면허 강사로 활동 중인 남편 정용준씨가 틈틈이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육하던 토끼 3마리가 탈출해 쌈채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뒤늦게 토끼를 잡았지만 이미 헤집고 다닌 뒤라 상품성이 떨어져 올해 농사를 망쳤었요” 덕분에 새벽까지 쌈채 포장하며 로컬푸드에 납품해야할 수고로움을 덜었다며 웃는다. 2015년 9월부터 여천농협 죽림 로컬푸드에 쌈채, 고추를 납품하고 있는데 직원들로부터 가장 예쁘게 포장해 진열해 놓는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이씨는 향후 농작물은 소품종, 소량화 미니화가 대세라 여기고 무화과와 미니사과를 재배했다. 지난 2015년 봄, 350평 밭에 1년생 바나나 종자 무화과를 심었다. 새나 곤충류들로부터 과실을 지켜내기 위해 노지 외 하우스 내에 무화과를 심었다. 바나네 종자의 경우 익을수록 속이 벌어지지 않는다. 직접 하우스내 익은 무화과를 따 맛을 보니 겉이 얇아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꿀맛이 난다. 다만 껍질이 얇아 익으

무화과 미니사과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면 물러지는 단점이 있다. 아직은 판매할 정도로 수확량이 확보되지 않아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한길 건너 100평 밭에는 같은 해 늦가을 심은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종자 50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일반사과에 비해 비타민C가 10배 정도 많다. 홍옥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지녔다. 성장이 빠른 사과나무에서는 골프공 크기 정도의 미니사과가 열매를 맺혀 익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과 판매를 위해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이씨는 조만간 친환경 재배인 무화과나 미니사과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을 벌리기 보다는 제대로 배워서 수확량을 늘리고 로컬푸드와 SNS 판매로 매출을 올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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