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의 어린 나이에 귀농해 19년째 버섯 하나로 꿈을 키우고 살맛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이가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루궁뎅이버섯 전문농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서울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김상용(45)씨에게 지난 1998년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며 정리해고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른 나이에 결혼했던 김씨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새 직장을 구할 수 없어 고심 끝에 고향 돌산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부모님이 경작하던 전답에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일을 했지만 노동에 비해 채산성이 낮았다. 98년 말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해 버섯재배에 눈을 뜨게 된다. 30평 규모의 버섯재배 하우스를 건립해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을 첫 재배했다.

“현재 여수 관내 버섯전업농은 10여 가구로 그 외는 부업 형태로 병행하고 있습니다" “영세농의 경우 대량생산 기계를 갖춘 기업농이 출현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특용버섯으로 눈길을 돌리지만 기술 노하우와 시설투자비가 만만치 않아 어렵죠”

노루궁뎅이버섯

김씨의 세상 보는 눈은 남들보다 한 발짝 빨랐고 남달랐다. 건강을 생각하는 고령화 시대의 사회변화상을 미리 읽고 지난 2001년 특용버섯인 노루궁뎅이버섯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투자를 통해 시험재배기술을 터득했던 노하우가 뒷받침 됐다.

봄·가을 대기환경이 좋아 에너지 소비량도 적어 성장 속도도 좋아 유지비가 적게 든다. 반면 장마철과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버섯생산 비수기다.

일반 버섯의 경우 야간의 짧은 시간 고강도 노동이 필요하지만 특용작물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생육기간의 차이에 기인한다.

느타리버섯은 7일 정도면 다 자라 수확을 해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 수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특용버섯인 노루궁뎅이의 경우 생육기간이 15일에서 18일이면 수확이 가능해 느타리버섯보다 생육기간이 길다. 또한 80% 이상이 건물판매로 이뤄져 계획생산이 가능하다. 필요한 산출량에 따라 작업을 조절할 수 있다.

“귀농 후 10년 정도 지나야 손익분깃점에 도달할 수 있죠” “누구나 겪는 아픔이겠지만 시골 전답을 담보로 융자 받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잘못되면 악순환 늪에 빠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빛만 누적 된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특수작물의 경우 시설자금과 운전자금 비율이 6:4정도로 보통 1~2년 작황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야

종균실에서 효모가 어느 정도 자랄때가지 배양한다.

한다고 조언한다.

“유통과 판매 관련해 시장을 읽을 줄 알고 소비자 트렌드를 선도하는 본인만의 마켓팅 방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김씨의 마켓팅 노하우는 ‘주입식 판매법’으로 통한다. 노루궁뎅이버섯은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와 수분이 많아 다이어트에 적합하고 헤리세논이 들어 있어 수험생들에게 좋다. 흰목이버섯은 콜라겐, 칼슘, 특수단백질을 함유량이 높아 연골과 관절에 좋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자주 노출시키고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김씨는 2009년 돌산버섯영농조합을 설립해 직거래에 나섰다. 현재 인터넷 판매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1천평 농장에서 노루궁뎅이버섯, 참송이버섯, 목이버섯, 녹각영지버섯, 표고버섯 등을 수확해 건물이나 엑기스즙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노루궁뎅이 버섯 엑기스 즙은 단시간 고온 추출방식에 비해 추출물이 타지 않아 색은 연하고 맛은 부드러우며 유효성분이 충분히 추출된다.

효모균 배양 중인 종균실 모습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생각인데 한 품종만을 유지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김씨는 매년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을 시험재배에 재투자 한다. 종균을 개량하고 새로운 재배법을 개발해 맛을 개선하고 기능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따뜻한 돌산에서 열대특수작물 재배 가능성을 보고 레몬, 망고, 모린가, 로닌, 커피 재배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망고의 경우 동절기 유류비가 관건이기에 일 년에 2~3차례 수확할 수 있는 종자를 시험재배하고 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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