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살리기 국민운동 여수지회장 신유길(70)씨

새해 일출과 푸른 바다 전경을 보러 한두 번쯤 구봉산 정상에 올라가 봤으리라.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란 동요의 노랫말처럼 정상에는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당연 기관이나 단체에서 게양대를 설치하고 태극기를 매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바다살리기국민운동 여수지회장 신유길(70)씨의 유별난 태극기 사랑이 결실을 맺어 구봉산 정상에는 태극기 게양대가 우뚝 솟아 있다.

태극기의 태극은 우주만물의 탄생을 상징하고 4괘는 자연의 순환을 형상화했다. 최근 탄핵 이후 태극기 이미지에 대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국기로서 존재감을 부정할 수 없다.

신씨는 전남 고흥 풍남 출신이다. 지난 1969년 육군 수도사단 맹호부대 하사관으로 월남전쟁에 참전했다. 전쟁터에서 마주친 태극기의 존재감은 신씨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월남전 참전 당시 신유길씨(오른쪽 첫번째) 사진

“생사가 엇갈리는 전쟁터에서 느껴지는 남모를 전우애가 있어요”.“ 태극기가 있는 곳에 우리 한국군이 있다는 안도감은 조국애를 느끼기에 충분하죠. 당시 국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군 제대 후 수산물 수매와 유통에 관여하면서 이곳 여수에 정착해 평범한 가정을 꾸렸다. 전쟁의 상흔을 잊고자 열심히 일했는데 지난 1995년 고엽제 휴유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뒤따랐다. 임파선 악성종양 암이었다.

젊었을 때 남편이 그 누구보다 건강하고 멋졌다는 부인 김수현(66) 씨는 “암 선고를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진 심정이었죠. 침이 마르고 고통이 심해 바닥을 손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기어다닐 정도의 고통이었다며 힘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이겨낸 남편이 고마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 2의 인생을 살며 이 곳 저 곳 봉사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했다.

현재 고엽제 환자는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암’ “말초신경병‘ 등 18개 질병을 후유증으로 인정하고 ‘일광과민성피부염’, ‘지루성피부염’, ‘심상성건선’ 등 19개 질병은 '후유의증'의로 분류된다.

특히 2세까지 전달되는 ‘척추이분증’, ‘말초신경병’, ‘하지마비척추병면’으로 고통 받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여수에서 고엽제로 고통받는 이는 2천여 명에 이른다.

신씨의 태극기 사랑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광화문에 펼쳐진 대형 태극기 응원 물결이 불씨를 댕겼다. 열띤 응원전이 도화선이 돼 그 동안 잊고 지낸 태극기에 대한 애정과 감격이 되살아났다.

구봉산 정상에 휘날리는 태극기

우선 주변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등산 다니던 구봉산 게양대가 훼손돼 있는 걸 보고 자비를 들여 시설 일부를 보수하고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와 함께 정상 주변 헬기장과 잔디밭에 무궁화나무를 식재했다. 잔디밭을 가꾸기 위해 저멀리 고창 선운사에서 상사화를 직접 가져와 심었다. 직접 기기를 어깨에 둘러 메고 풀베기와 웃자란 잔디를 정기적으로 깎고 돌보고 있다.

“저희 국동 서희힐스테이트 아파트 집에서 구봉산 정상 태극기 게양대가 보여요” “무릎 관절 수술 당시 요양 때문에 한 번 빠진 것 외에는 지금까지 15년째 2개월마다 태극기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구봉산 정상은 이렇듯 신씨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으로 태극기는 힘차게 휘날리고 국화와 상사화는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신씨는 월남 참전 용사로서 국가유공자는 준 공무원에 해당된다며 6월 호국 보훈의 달만이라도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은 봉사를 펼치기를 원했고 실행에 옮겼다.

의외로 태극기 없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2013년부터 태극기 200장을 구입했다. 뜻에 동참한 5~6명의 지인들과 함께 지난 6일 현충일에 앞서 서시장 일대에서 250개를 배포했다. 아울러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 소액이지만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헌신 봉사하고 있다.

서시장 일대서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전쟁과 암, 죽을 고비 두 번을 넘기고도 살아났으니 두 세상 산거나 마찬가지죠. 아마 좋은 일 많이 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즐거운 마음으로 긍지를 갖고 봉사를 하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한편 재여수고흥군향우회 활동뿐만 아니라 30여명 회원으로 구성된 바다살리기 국민운동 여수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여수시 인근 바다에 버려진 불법투기 쓰레기 수거, 청결활동과 계몽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저작권자 © 여수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