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미가 대표 한해경씨

작지만 강한 농부를 표방한 강소농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되며 많은 귀농인과 강소농의 탐방지로 각광받고 있는 향유미가 한해경(52)씨를 만났다.

“참 겁도 없었죠. 농사 경험도 전혀 없는 남편 따라 무작정 귀농했습니다. 귀농 후 10년이 되니까 파산직전까지 갔습니다”

“새벽녘 나보다 먼저 누가 들에 나가 있거나 옆집 경운기 소리가 들리면 억울한 맘이 들었어요. 이를 악물고 밤낮으로 악착같이 일했죠“

한씨는 지난 1998년 광주에서 직장 생활하던 남편을 따라 화양면에 전답 33,000㎡(1만 평)을 매입해 토마토를 친환경으로 재배했다.

손에 흙 한번 묻혀보지 못한 두 사람에게 농사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한씨는 농사일이 싫어 여서동에 거주하며 버텼지만 점차 일손이 달리자 이곳으로 와 남편과 함께 농작물을 재배했다.

토마토, 양파 재배에 문외한인지라 농사를 지을수록 손실만 커져갔다. 남들 2~3시간이면 끝날 작업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친환경인지라 재배 비용 대비 생산량이 적었다. 더구나 수확을 거둬들여도 판로가 개척되지 않아 버리는 양이 더 많았다.

여수 첫 장류허가 1호를 받은 한해경씨 장독대 전경

급기야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때는 전체 비닐하우스가 박살나 기르던 농작물을 망쳤다. 빚에 허덕이며 땅마저 농어촌공사로 넘어가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새벽녘 밥통을 부둥켜 안고 넋 나간 사람마냥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구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안쓰런 모습이 뇌리에 박혔는데 태풍으로 모든 걸 잃은 부모님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더라구요”

귀농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박기동(28)씨는 부모님들께서 고생하시고 힘들어했던 기억 밖에 없다고 말한다.

넋 놓고 보고 있을 수만 없어 한씨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 수원과 나주를 오가며 농촌진흥원에서 장류 제조법을 교육받고 이를 상품화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박씨는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가업을 잇고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순천대학교 식품공학과에 진학했다. 한씨 부부 또한 아들의 뜻을 이해하고 이론적인 토대를 갖추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격려했다.

한씨는 아들이 대학에 갓 입학 하자마자 위험을 무릅쓰고 여수국가산단 셧 다운 정비기간에 굴뚝 타워 청소를 하며 부모님께 즙짜는 기기를 선물했다고 말한다. 그 어려웠던 시기에 즙가공기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마중물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업을 잇는데 발벗고 나선 아들 박기동씨와 한해경씨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친환경 농작물 재배로 한우물만 파고 있습니다. 제가 즙제조 2차 산업이라면 어머니는 유통 판매를 가미한 2,3차 산업이죠. 최근 어머니께서 고추장, 두부, 장류 체험교육현장을 운영하며 1,2,3차 산업의 복합 형태인 고부가가치 6차 농식품산업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박씨는 밝혔다.

2007년 친환경 채소류로 여수시학교 급식 납품을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한씨는 전통발효식품산업사 자격 취득과 함께 전통적인 1차 산업에서 벗어나 2,3차 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2012년 ‘농업인 소규모 창업기술 시범사업에 선정돼 1억 원의 지원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게 된다. 이어 2013년 전통장류와 액상차를 가공하는 ’향유미가‘를 개소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 협회로부터 장아찌, 장류, 김치 제조사 자격을 획득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재정적으로 최악이었는데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데요. 지난 2013년 이 지역 농협 로컬푸드가 개설되면서 큰 전환기를 맞이 했습니다”

한씨는 여수에서 첫 번째로 장류허가 1호를 받았다. 로컬푸드 매출은 크지 않았으나 홍보 측면에서 여수 된장하면 ‘향유미가’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4년간 향유미가의 성장세는 매년 200%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2015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지역브랜드실용화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12월 집터를 허물고 792㎡ 규모 두부공장, 콩나물, 숙주나물을 재배하는 공장을 신축했다.

한해경씨가 강소농과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20여 년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며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향유미가만의 원칙이 있다. 여수 및 전남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토종 국산콩만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재배 농가에 비료를 지원하고 농협보다 높은 콩 수매가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씨는 잃었던 토지를 되찾았다고 살짝 귀뜸했다.  또한 한씨 부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시던 부모님께서 인정하고 가끔 홈페이지를 찾아줘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힘들었던 과거였지만 이제는 베풀며 함께 나누는 삶을 모색하고 있다. 요양원, 지역아동센터 먹거리 후원, 꿈나무 장학사업을 추진 중이다.

“엄마가 조리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조리과정을 습득하게 되죠. 그렇지만 요즘 세태가 가정에서 조리보다는 인스턴트 음식 입맛에 길들여져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씨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전남 동부권이라도 젊음 엄마들이 가족들을 위해 조리하는 가정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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