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문어하면 돌산 신기항으로 통하죠. 잡은 문어를 꼬챙이에 꿰어 햇볕에 말리면 색깔이 붉어지는데 보통 말린 문어를 피문어라고 합니다. 남해안 전체 문어 어획고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잡히죠”

지난 25일 오전 11시경에 찾은 신기항 매표소 앞 주차장은 때 이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금오도를 찾은 관광객들 차량으로 꽉 찼다.

군 복무를 제외하고 고향 신기마을을 떠나본 적이 없는 정성향(48)씨는 지난 1993년 4월 제대 후 문어잡이 선원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 8톤 어선 선주가 됐지만 얼마 뒤 98년 IMF 당시 뜻밖의 선원 인사사고로 큰 빚을 지고 선원생활로 되돌아가야 했다. 4년간 빚청산 선원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지난 2005년 건조한 10톤 어선으로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문도 어장으로 문어잡이에 나서고 있다.

신기항 주변은 산란의 최적지로 뽑힌다. 6~7월 산란기를 기점으로 12월까지가 문어잡이 성수기다. 산란 후 1~2개월이면 보통 800g~1㎏ 무게로 급성장해 가장 맛이 좋다. 적조나 태풍, 장마시즌은 염분 농도가 낮아져 문어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주범이다. 산란 이후 남면, 소리도. 거문도 외해 깊은 바다로 나가는 문어를 따라 문어 어장이 형성된다.

"과거 제사상에 꼭 올랐던 문어가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어요. 더구나 최근 한두해 문어가 많이 잡혀 시세가 떨어졌죠"

어수선한 정국이 그래서인지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 분위기도 바뀌고 소비가 늘지 않을까 정씨는 내심 기대했다.

신기마을 주민 대부분이 문어잡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 신기항 문어 어획량이 70~80% 가까이 됐지만 인근 어업인들이 문어잡이에 나서면서 줄어들었다.

한편 타업종과 분쟁 또한 증가해 자체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해 조직적인 대응력을 갖췄다. 이와 함께 신기마을 문어단지협회를 조직해 신기항 피문어 브랜드화 활성화에 머리를 맞댔다.

정씨는 여수 수산경영인협회 및 종고라이온스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견문을 넓혔다. 전문가들의 미래 비전을 경청하고 신기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피문어로 유명한 신기항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먹거리 사업을 펼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됐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단순 문어잡이에서 탈피해 가공, 유통, 판매를 통한 6차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된 것.

“봄철 마을 주변에 유채꽃밭을 조성하면 어떨까.  관광객 발길을 잡아 구경도 하고 신기의 피문어를 먹고 갈 수 있을텐데”

정씨는 관광객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신기항이 아니라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그 동안의 삶의 패턴을 변화시키기고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시 간담회 자리서 피문어 브랜드화를 위해 신기항 주변에 반듯한 주차장 조성을 요청했지만 시가 주도적으로 나서기에 앞서 먼저 마을 주민과 상인들이 먼저 조성하고 안되는 부분은 보조해 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수산업이 식량의 마지막 보고라 생각합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명신수산을 설립해 그동안 생각한 밑그림의 첫 발걸음을 뗐다. 본인이 솔선수범해 뭔가를 보여줘야 따라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신기항을 찾은 관광객 발길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느냐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한 해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공한 수산 경영인들에게 끊임없이 자문과 조언을 들으며 차근차근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6월에는 수산가공시설자금 지원금(3억)과 자부담(2억) 포함해 5억원의 대규모 가공시설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재정적인 부담을 안고 시작하지만 피문어, 자숙문어, 문어장, 전복장, 상품화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피문어 활용방안으로 문어라면, 문어볶음요리 등 국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신기항의 역사라 할 수 있는 피문어와 관련된 박물관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보고 가는 장소를 마련하는 꿈을 갖고 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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