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책방 주인 조화익(54)씨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꿉꿉한 날씨로 인해 진해지는 헌책냄새, 그 뒤로 들려오는 LP판 노랫소리 … 대형서점들 마저 인터넷서점의 활성화로 사라져가는 현재, 여수시 고소동 경찰서 옆엔 16년째 꿋꿋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여수의 유일한 헌책방 ‘형설책방’ 이 있다. 그곳에서 ‘형설책방’ 주인 조화익(54) 씨를 만났다.

지금같은 시대에 헌책방을 만난다는 것은 멸종위기의 천연기념물을 만나는 것과 같이 귀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때 4개였던 여수의 헌책방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8년 전에 마지막 헌책방이 사라지고, 현재 단 한 곳. 형설책방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그때 남아있던 나머지 헌책방이 문을 닫을 때 경제적으로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저도 그만하고 싶었죠, 하지만 저 마저 없어지면 여수에 헌책방이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되니까.. 나 혼자라도 지켜야겠다는 의무감, 사명감 그런 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끌고 온 겁니다”

요새는 책을 찾는 전화보다 책을 팔려고 문의하는 전화가 더 많은 상황. 찾아오는 손님이 점점 줄어 하루 평균수입은 5만원 안팎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수입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서점의 활성화, 입시제도의 변천, 교과과정의 수시변화 유동인구의 감소 등 여러 가지가 여수 유일의 헌책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이 자주 되니까 6년동안 중·고등학교 참고서는 취급도 못했죠. 대학 논술도 거의 사라져서 수험생들마저 없어지고..”
“여수엑스포 이전에는 여수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이곳을 지나치는 분들이 많아 관광객들도 오며가며 한 번씩 들렀는데, 여수엑스포가 개최되면서 역이 이동하게 되고, 이젠 이쪽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죠”

경제난으로 밀려있는 공과금과, 쌓여있는 수 천 만원의 빚에도 조씨가 헌책방을 지켜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헌책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조씨. 여수에서 헌책방을 시작한건 2000년부터 이지만 광주에서 1980년대부터 어머니와 함께 헌책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헌책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처음에는 먹고 살기위해 시작해서 책을 책으로 보기보다는 밥으로 봤죠, 제가 동생들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하니 대학 진학만 하고 바로 휴학계를 내고 헌책방을 운영 했습니다”

조씨는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 화학 회사에 들어갔다. 그때도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직장 때문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IMF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그제서야 자신이 하고 싶었던 헌책방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남원과 대전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다 지금의 여수에 터를 잡게 된다.

형설서점에 있는 책은 총 22만권. 지나가는 통로를 제외하고는 40평의 3층 건물에 계단까지 온통 책이다. 처음 2,3층에는 사무실 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공간이 책을 보관하는 대형도서관이 되었다.
1층에는 대분류별로 참고서, 문제집, 소설책등이 분류되어있고 2층에는 조씨가 수집하고 보존해온 소장가치가 있는 헌책, 잡지, 시집, 만화책, LP판, 등이 있다. 3층에는 1층에 있는 책들과 똑같은 책들이 꽂혀있다.

“요새는 제가 책의 주인이 아니라 책을 떠받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까지 꿋꿋하게 버텨왔는데 지금은 돌아갈 수도 없고 발 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거 같아 많이 힘듭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애정하나로 버티는 거죠”

헌책방을 지키기 위한 여수시민들의 노력도 있었다.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월1회 헌책방안의 좁은 통로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인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요새는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도 가끔 있으나 가시적인 결과나 경제적인효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제3의 공간으로 옮겨 문화공간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의견으로 그쳤을 뿐이다.

조씨는 “이 헌책방이 개인자산으로 그치지 않고 문화자산으로 공공자산화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과 시집등을 전시하고, 골동품과 생활민속품등을 전시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 마지막 꿈을 밝혔다.

박효원  fishfish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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