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꿀양봉원 조인철·장은진 부부

윙~윙~윙, 쉼 없이 날갯짓을 펼치며 채밀한 화분(꽃가루)과 꿀을 벌통에 옮기는 꿀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펼쳐진다.

인터뷰 당일 생일을 맞이했다는 조인철(61)씨는 본인의 생일도 까마득히 잊은 채 화장동 산기슭 양봉장에서 환갑을 맞이했다. 양봉업자에게는 봄철 꽃피는 이맘때가 일년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에 한가로이 쉴 틈이 없다.

한때 제법 잘 나가는 떡집을 운영했던 조씨는 아내(장은진)의 건강을 위해 가게를 처남에게 넘기고 인생 2막으로 뭘 할까 고민했다. 분재, 애완동물 등을 가꾸고 돌보는 일에 취미를 가졌던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3년에 양봉에 뛰어들었다.

조씨는 1월 중순 이후 마음이 바빠진다. 벌들을 슬슬 잠에서 깨워 꿀벌 배양에 집중한다. 특히 여왕벌을 집중적으로 길러야 벌통마다 꿀벌들이 넘쳐 그만큼 채밀 양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벌은 3~5개월, 여왕벌 5~6년 수명이지만 업으로 하기 때문에 여왕벌은 1년마다 도태시키고 있다.

꿀벌 배양과 함께 바야흐로 꽃이 피는 봄철이 되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3~4월 화분 채밀이 끝나고 아카시아꽃이 피는 5월 중순경부터 밤꽃이 지는 6월말까지 2개월이 양봉업자에게는 아카시아꿀, 잡꿀, 밤꿀을 채밀할 수 있는 성수기다.

5월이면 조씨는 80군 벌통을 차량에 실은 채 꽃을 쫓아 꿀 따러 나선다. 경상남도 함양을 시작으로 충청북도 음성, 경기도 파주를 거쳐 강원도 오대산에서 채밀을 끝으로 2개월간의 고된 여정이 마무리된다.

“큰 욕심은 없습니다. 즐겁고 보람되면 그만이죠. 어르신들께 나눔의 기쁨도 누리려고 합니다” 조씨 부부는 배양된 꿀벌 분양, 화분, 벌꿀, 프로폴리스 등으로 매출을 올린다. 특히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나무의 수액, 꽃의 암ㆍ수술에서 채취한 화분과 벌 자신의 분비물을 이용하여 만든 천연의 항균, 항산화 물질로써 벌집의 청정, 무균상태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인체에 유익한 유기물(미네랄)이 함유돼 인체의 면역성강화와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균기능 강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

보통 1개 벌통 안에는 여왕벌, 숫벌, 일벌 6만여 마리가 있다. 여왕벌은 숫벌과 한 번 교미해 벌통 내 적정 수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알을 낳는다. 여왕벌은 교미를 위해 하늘 위로 오르며 자신을 뒤쫓아 가장 높이 오른 튼튼한 숫벌이 간택된다. 인간 생명탄생의 신비로움과 비슷한 여정이다. 하지만 숫벌의 역할은 오로지 여왕벌과의 교미 외 하는 일은 없다. 가을이면 일벌들이 숫벌을 내쫓아 겨울이면 쓸쓸히 다 얼어 죽는단다.

일벌은 반경 3km 이내 꽃에서 화분, 꿀, 프로폴리스를 채취하는 외역봉과 부화된 지 20일 이내로 집안일을 하는 내역봉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져 있다.

꿀벌이 생산한 화분을 장은진씨가 가득 수거하고 있다.

“보통 1㎜ 남짓 화분 알갱이를 만들기 위해 일벌들이 수십 번 꽃가루를 채밀해야 합니다” 또한 “벌통은 인간의 신경망과 같습니다. 외부로부터 일벌 하나가 부상당하거나 공격당하면 즉각 전달돼 바로 벌떼 보복이 이뤄지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씨는 말한다.

“지난 겨울 이상 기온으로 벌들이 많이 폐사해 양봉업자들마다 꿀벌 배양이 어려웠죠”, 저는 다행히 겨울을 잘 넘겨 오히려 배양된 벌통을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구 표면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의 생명은 4년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는데 이상기온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꿀벌의 사라짐 현상에 대한 경고의 소리에 인간이 귀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조씨는 말한다.

“과일 농장 주변 채밀은 안합니다. 과거 매화, 사과 농장을 찾았다가 암술 또는 화분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적화제를 사용하고 있어 화분을 채집한 꿀벌이 하룻밤 사이 집단 폐사해 빈 몸으로 왔죠” 그때 한해 양봉 농사를 망쳐 농장 주변에 노이로제가 생겼다고 말한다.

특이하게 벌통 내 꿀벌 수가 적정수를 넘으면 기존 여왕벌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이 다음세대에 물려주고 분봉한다. 양봉업자는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하기 전 분봉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기술이자 노하우다. 이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기존 여왕벌이 꿀벌들을 데리고 벌통에서 나가버려 헛농사 짓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는 기존 세력이 기득권율 유지하기 위해 억압과 통제에 힘을 기울이지만 벌들 사회에서는 기득권 세력이 다음세대를 위해 양보하는 점은 인간이 배워야할 점이라고 조씨는 말한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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