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는 금요일 초저녁, 아케이드 지붕 아래로 불빛이 드리워진 진남시장을 찾았다. 진남시장을 중심으로 제일시장, 쌍봉시장이 한곳으로 연결돼 있지만 이미 인적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이 시간이면 관광시설이 밀집한 중앙로 아래 수산시장 주변은 사람들이 회를 먹기 위해 몰려들지만 진남시장은 개점 휴업한 상점처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쭈꾸미, 갈치, 오징어를 진열해 놓고 오징어를 손질하던 노점상 고승자(73)씨는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집에 갈 시간이니까, 떨이야, 싸게 줄테니 가져가”라며 손님을 부르지만 이내 한 번 쓱 보더니 그냥 지나쳐 버린다.

“너무 안 좋아, 추석 이후 찾는 사람이 없다니까, 올 여름 비브리오까지 발생해 더더욱 식당에 사람이 안 오니까 여파가 우리까지 오고 있어요” “관광객들이 몰리는 수산시장이야 좋겠지만 이쪽은 관광객들도 없고 단골 위주 영업을 하는데 그나마 경기가 안좋아 발길이 뜸해 지고 있어요” 10년째 나래수산을 운영하는 조현순(61)씨는 먹고 사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길게 한숨 짓는다.

또한 진남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여천농협 신축건물에 들어설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인해 손님들이 더 감소할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감이야채를 20년째 운영하는 최형철(64)씨는 “장사가 안 되도 너무 안된다”며 “여천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게 되면 진남시장 상인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진남시장 근처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기면 있던 단골 고객도 뺏기게 생겼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진남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주현(45)씨는 “IMF 때 보다 더 어렵다”며 “지난해도 어려웠는데 올해는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박씨는 “여천농협 로컬푸드가 12월 무렵에 오픈하는데 어떻게 시장 근처에 로컬푸드 인가가 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농협은행 마감시간에 맞춰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시간을 단축시키거나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여수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근 후 함께 시장에 들러 좋아하는 어묵을 먹거나 반찬을 사려고 일부러 시장에 들러요 ” “마트에 가면 재미가 없는데 진남시장에 오면 생동감이 느껴져 좋아요”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는 정희태(32), 박경주(28) 부부는 “많은 사람들이 진남시장에 들러 상권활성화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남시장 상인들 대부분 경기가 어려워 단골 고객들 발길마저 줄었다며 전통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펼쳐도 될까 말까 하는데 오히려 여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시가 인가해 굉장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아케이드 부실공사로 비만 오면 폭포수처럼 빗물이 쏟아진다며 시에서 보고 갔지만 뚜렷한 보수나 사후 대책이 없어 여수시의 발빠른 대처를 바라고 있었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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