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선원생활과 양식업에 잔뼈가 굵어 다부진 풍채를 지닌 김근평(57) 두라리 어촌계장을 화태도 월전항에서 만났다.

지난 태풍 차바가 휘몰아칠 때 엉망이 된 양식장을 수리하다 다리를 다쳐, 치료차 뭍에 나갔다 들어오는 중이었다.

선착장에서 한창 낚시에 열중하는 낚시꾼 곁으로 다가가 잡은 생선을 보더니 내뱉는 말이 “어디서 많이 본 녀석 같다 했더니 태풍 차바 때 우리 양식장서 도망간 돔이구나“라며 허허 웃는다.

이어 “태풍 얘기라면 모를까, 젊은 내가 얘기할 것이 뭐가 있다고, 나보다 경험 많고 훌륭하신 어촌계장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하필 나란가”라며 쑥스러워했다.

두다리 어촌계장은 지난 태풍 차바에 5년 동안 키운 성어(1㎏800g) 2만 마리, 치어를 포함한 15만 마리가 양식장을 탈출하고 3만 마리 가량 남았지만 보험 덕택에 큰 위기를 모면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집안의 6남1녀 중 장남이었다. 지난 1978년 19살 때 안강망어선을 타고 저멀리 동지나해로 나가 10년간 선원생활을 하며 어린 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했다. 한번 출항하면 10일 정도 고기잡이를 했다며, 1980년대는 기상정보도 열악해 예보에 없는 풍랑을 만나면 두렵기도 했다고 말한다.

선원생활을 접고 안정적인 생활을 모색하던 중 여수 시내에서 7년간 슈퍼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때마침 양식 붐이 일면서 35세가 되던 해 김씨는 고향으로 돌아가 전복양식에 뛰어든다.

하지만 초보자가 뛰어든 전복 양식 사업은 그야말로 상투를 잡고 내리꽂기 시작했다. 1㎏에 12만원까지 했던 전복 시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2만원까지 떨어지자 전복양식은 결국 3년 만에 접어야 했다.

이후 전복양식 실패를 거울삼아 지난 1997년부터 활어양식에 도전해 우럭, 참동, 농어, 광어를 양식하며 20년간 줄곧 활어를 키워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매년 가격 변동폭이 워낙 커 대처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특히 김씨는 활어양식을 시작할 때보다 우럭 값이 30% 가까이 하락한 반면 사료값은 300% 가까이 치솟아 갈수록 마진이 남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활어가격이 올라가면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물량을 늘려 이래저래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김계장의 가장 큰 시련은 태풍 매미, 루사로 인해 가두리 양식장 90%가 파괴됐던 시절을 꼽는다. 망연자실했던 그 시기에 수협으로부터 정책자금 3~4억원을 대출받아 재기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양식에 뛰어든 사람들 중 10~20%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한다며 개인회생에 들어간 사람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김씨의 주 수입원은 활어양식 매출과 비수기 때 그물로 잡는 자망업이라고 말한다.

수온이 내려가 먹이활동이 떨어지는 1월~4월 양식장 비수기에는 자망업으로 소득을 올린다며 3월부터 7월말까지 도다리, 갑오징어를 잡아 짭짤한 수익을 낸다고 밝혔다.

최근 주마다 50명 가까운 낚시꾼들이 두라리를 찾아와 낚시를 하고 간다며 숙박시설을 운영하면 추가적인 부수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사업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두라리 어촌계장이자 남면 어촌계장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어촌계 면허 공동사업인 어장 공동관리를 하는데 있어 서로 간에 의견충돌이 발생한다며 이를 조율하고 타개해 나가는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성한 두 아들이 타지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가업을 자식들 중 한명이라도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의사를 물었더니 “무슨 소리냐며 아들 장가도 못 가게 만들 작정이냐며 펄쩍 뛰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다 사업은 노력한 만큼 댓가가 주어진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 청년들이 도전해 볼만 하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자 김씨는 두다리 작은 교회에 교인 한 명이라도 빠지면 빈 곳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며 타고 온 어선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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