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네집' 안정숙 씨

어둠이 내리는 여서동 좁은 미로같은 골목길 따라 퇴근 시간에 맞춰 음식점들이 하나둘 불 밝히기 시작한다. ‘송이네집(대표 안정숙)’ 간판이 내걸린 15평 남짓 조그마한 가게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금새 홀 빈자리를 채운다.

“자리 없나요?” 뒤늦게 가게를 찾은 단골은 “우짤까? 홀은 찼고 방도 예약이 끝났네”라고 못내 미안한 듯 주인장의 답변을 듣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궂은일 안 해본 것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하루 일과가 오전에 쌍둥이 보모 역할을 시작으로 목욕탕 청소, 식당 주방 설거지, 밤에는 치킨 집에서 닭을 튀겼죠. 모치킨 집에서 닭을 튀기다 화상을 입어 입원할 정도였죠”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송이네 집’ 안정숙(57)씨는 지난 13년 전 이혼과 함께 8천만 원의 빚과 2남 1녀 아이들을 떠 안은 채 가시밭길의 험난한 생활이 시작됐다. 4년 간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지만 안씨는 인덕이 많아서인지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견뎌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10년 십시일반 지인들과 건물주 도움을 받아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모스님이 딸 아이의 이름이 좋다기에 둘째딸의 승낙을 받아 ‘송이네집’을 가게명으로 썼다. 하지만 오픈 3년 동안은 꽤 힘들고 고달팠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밥집을 운영했지만 지역적인 접근성 한계로 찾는 이가 없어 접고 저녁 장사로 집중했다.

기본 메뉴가 12가지 이상으로 갓물김치, 서대조림 기본 메뉴는 찾는 이들의 입맛을 돋운다.

안씨가 차리는 기본 메뉴는 갓물김치, 서대조림, 알탕, 소라, 꼬막, 갈치때기, 두릅 등 기본 메뉴가 12가지 이상이다. 푸짐함과 맛을 더한 기본 메뉴를 먹다보면 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배가 부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청 직원들이 하나둘 드나들었고 입소문을 타고 점차 많은 단골이 생겼다.

안씨의 자랑하는 주메뉴는 붕장어구이와 기본 메뉴인 갓물김치와 서대조림, 알탕 네가지다. 지금의 ‘송이네 집’이 있게 한 먹거리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외 삼치, 병어, 민어 선어회를 주문해 맛볼 수 있다.

송이네 대표 안정숙씨가 자신있게 내놓는 기본메뉴 알탕과 주메뉴인 붕장어구이, 민어회

직접 밥을 갈아서 담근 갓물김치의 시원함과 물고추를 곁들여 내놓는 서대조림을 맛 본 이들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발길이 이어졌다. 서대조림의 경우 마른 고추를 사용하는 경우 고춧가루가 떠돌아다니지만 물고추를 사용하면 맛과 색깔이 완연히 다르다고 음식 비결을 얘기했다.

가게를 오픈하고 8년째 가격은 똑같다. 오히려 손님들이 나서서 본 메뉴가격을 올리라고 성화다. 하지만 안씨는 “이윤 적게 남기더라도 손님이 맛있게 먹고 가면 다행이죠”라며 앞으로도 밑반찬은 푸짐하게 가격은 올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손님은 많지만 박리다매로 큰 돈은 못 벌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멀리도 아닌 인근 좋은 가게로 옮기고 싶죠”. “자매 둘이서 오랜 기간 설거지를 하다보니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오더라구요. 씻기 세척기를 들여 시간과 노동을 절약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얘기했다.

손님상에 내놓기 위해 민어회를 손질하고 있는 안정숙씨

현재 안씨는 친여동생과 함께 사이좋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아침 일직 중앙동과 남산동에서 시장을 보고 생선을 손질한다. 오후에는 밑반찬을 만들고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자정이나 새벽 1시 정도에 영업을 끝내고 있다. 부지런한 자매인지라 손발이 척척 맞아 그 많은 손님들 음식을 준비하고 요리할 노하우를 지닌 베테랑이 됐다.

2남 1녀 자녀 모두 결혼해 손자가 셋이지만 아직까지 안씨의 김치를 한 번도 가져가지 않았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해 반찬 만들어 달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단다. 하지만 안씨는 남들처럼 자식들에게 맛난 김치를 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못내 속상하다며 다른 엄마들도 똑 같은 심정일거라고 얘기한다.

“열심히 사는 건 죄(罪)가 아니죠!” 8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만 쉬었습니다. 이제 빚도 얼추 갚아졌고 이제는 첫째주 셋째주 쉬려고 합니다. 고달픈 와중에 안씨는 문수동 복지관에서 행하는 주 1회 목요일 목욕봉사에 나서고 있다. 또한 월 1회 복지관 노인 밥차려주기 식당봉사를 3년째 해오고 있다.

여수 경도서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1남 4녀 형제가 컸었는데 어른신들을 보면 조부모님께서 키워주신 은혜가 눈에 밟혀, 갚을 길 없어 마음이 간단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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