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신기동 부영3단지아파트 상가 안. 그곳에서 네일아트샵을 운영하는 세 아이의 엄마 강윤정씨(38)를 만났다.
강윤정씨는 스스로 정말 특별할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자신에게는 일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고 일하는 시간이 힐링타임이며 하루하루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강윤정씨가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23살의 이른나이에 결혼을 해서 첫아이를 낳고, 그저 ‘나 자신은 없고 남편과 자식을 위해 백프로 헌신하며 살아야겠다’ 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고 있었죠. 그런데 둘째 아이를 낳고 난후 부터 제 인생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어떻게 보면 둘째아이가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첫째아이를 낳고 2년 후 가진 둘째 아이는 누구도 예기치 못하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 후 강윤정씨가 늘 꿈꾸던 평범한 일상은 사라지고 오로지 아이를 어떻게든 고쳐보겠다는 집념으로만 살았다. 혼자 아이를 데리고 치료하러 다니면서 금전적인 악화와 불행의 연속에 때로는 좌절하고 원망하면서 어리석은 생각을 수 도 없이 했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면서 ‘이대로 단둘이 같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 장애라는 것은 주변에서 접할 일이 없어서 익숙하지도않았고 설마 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죠. 그래서 더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치료하면 지금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미련에 정신없이 근 4년 가까이 매일같이  장거리 병원을 오가며 둘째아이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을 때, 계획에 없던 셋째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강윤정씨는 그때서야 가족의 상황이 보였다고한다.

“셋째를 임신하고 나니 힘들게 일만하는 남편과, 세 돌도 안되서 늘 다른 손에 맡겨지고 저녁이 되서야 엄마를 만날 수 있는 큰딸이 그때서야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가족을 위해 최선이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우울증이 오게 됐어요”

이대로 있으면 우울증세가 더 심해질 것 같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과, 애들 간식비와 학원비라도 벌어볼 욕심에 셋째를 일찍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이들 하원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직업을 찾았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네일아트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가정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네일아트를 배우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게 됐고,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죠. 그 시기부터 제가 일하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하게 느껴졌고 비록 둘째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더라구요. 또 걷지 못할거라고 했지만 점차 좋아지며 걸을 수 있게되고 듣지 못할거라고했지만 듣게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가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었지만 현재는 늘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소소한 일상에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강윤정씨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남들에게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네일업에 관심은 있는데 금전적으로 형편이 안되는 어려운 주변분들이나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고 싶은 주부들에게 저의 경험담을 토대로 많은 조언을 주며, 제 능력이 되는 범위안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 때는 제가 하는일에 보람도 느껴져요”

세아이의 엄마이자 네일샵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써 바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강윤정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말을 끝맺었다.

“지적장애 1급을 가진 자녀를 키우면서 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었지만 그 아이를 통해 사회적인 약자나 소외된 계층,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면서 봉사하며 살고 싶은 작은 소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후에 여력이 된다면 사회복지사 공부를 해서 둘째 아이가 20살이 될 때쯤 아이와 함께 다니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제 꿈입니다”
 

박효원  fishfish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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