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순 시인

“우울하거나 슬퍼할 겨를이 없다.

나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위로가 되고 싶다”

- 봄 배달 왔습니다 중에서 -

“문학은 삶의 희망이자 실의와 좌절에 빠졌던 나를 일으켜 세운 존재 이유입니다”

꿈 많은 학창시절, 김미순(50) 시인은 친구들 사이에 글 잘 쓰는 미순이로 통하며 중3 때 본격적으로 문학소녀로서 꿈을 키웠다. 고3 때 창립한 ‘갈무리 문학회’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현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장 임호상 시인이 초창기 멤버였다.

그러나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꿈을 접을 뻔 했다. 부친은 실업고에 진학에 은행원이 되기를 원했다. 대학 진학도 가족들이 반대해 가까스로 부모님을 설득해 후기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재학시절 소설부문 가작과 당선으로 재능을 보여줘 담당 교수로부터 소설가가 될 것을 권유 받을 정도로 장래가 유망했다.

때마침 불어 닥친 사대 임용고시 반대를 위해 학생운동에 앞장 섰다. 교직에 나서 전교조 핵심간부로 활동할 정도로 진보 성향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애초 가졌던 꿈들에서 벗어나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삶은 녹록치 않아 글 쓰는 시간은 적어지고 작가의 꿈은 점점 사그러져 갔죠”

힘을 잃고 무기력한 수레바퀴 일상에서 허우적거렸던 김씨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한 것은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교사연수 강연이었다. 50대에 피아노를 배우며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모습에 매료돼 스스로 외면했던 희망을 찾게 된 것.

20년의 이중생활을 과감히 떨친 몸부림의 출발은 평소 관심을 뒀던 철학이었다. 인문학을 위해 다소 부족하고 허전함을 느꼈던 교육철학을 2011년부터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틈틈이 소소한 일상을 다룬 수필과 시를 쓰게 된다.

하지만 평소 고혈압과 당뇨 지병이 있어 병가 휴직 상태로 몸을 추스르던 김씨에게 갑작스런 불행이 닥쳐왔다. 뇌출혈이었다.

지난 2015년 1월 가족과 함께 한 캄보디아 여행의 무리수가 새벽녘 급작스런 뇌출혈로 이어져 사경을 헤맸다. 연고도 없는 해외에서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생명의 은인들을 만나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됐다.

김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그동안 부끄럽게 감춰뒀던 과거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올 용기를 얻게 된다.

첫 시집 '아주 가끔'과 일상을 얘기한 산문집 '봄 배달 왔습니다'

“그동안 나를 얽매던 두려움을 없애고 용기를 얻었다. 새로운 생을 살고 싶다” 지난 2016년 3월 발간한 ‘아주 가끔’ 시집에서 밝히고 있다.

‘습작시도 아름다운 글’ 이라며 책으로 엮어보자는 남편(황치호)의 권유로 200편의 습작시 중 70편을 골라 시집으로 엮었다. 정식 문단 데뷔가 아닌 50인생을 갈무리하며 아름다운 글로 나를 감동시키는 시로 새로운 제2의 인생 도전을 알리는 작품이다.

자신감을 얻은 김작가는 2017년 3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온 지인들과의 열렬한 사랑과 교감의 소박한 기록을 담은 ‘봄 배달 왔습니다’ 산문집을 냈다.

특히 필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남편이 컴퓨터 입력 작업을 하고 아들이 찍어 놓은 사진과 본인이 직접 그린 삽화를 산문집에 담았다.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의 힘이 응집돼 소중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남편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죠”

현 시누이 소개로 딱 3번 만나고 결혼할 정도로 다정다감하고 서로의 생각이 통했던 남편이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교감할 수 있는 고마운 반려자였다.

현재 재활의 일상을 기록하며 소유의 덧없음을 깨닫고 무소유의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려 하고 있다.

최근 ‘찌그러진 줌마의 유쾌한 일기’로 재활의 의지를 기록하고 있다. 농사짓는 ‘김미옥(친언니)의 사계’ 속에는 가족의 따뜻한 정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며 글쓰기에 주력한다. 새벽녘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다소 무리하는 경우 당뇨 수치가 올라가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말벗이 돼 고맙다는 김작가는 아침에 맑은 기운으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며 좀 더 향상된 문학으로 집필을 이어가는 소박한 바람을 얘기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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