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비자골 농원 강미성 대표

옛 시절 방 한 켠을 차지한 콩나물 시루에 매일 아침 정성껏 물을 갈아주며 어느 순간 싹이 트고 먹을 만치 자라면 마침내 참기름 듬뿍 배인 콩나물 무침과 시원한 국물로 먹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콩나물을 생산하는 ‘향일암 비자골 농원’에 이르는 고랑길 옆에는 역시나 아름드리 비자나무들이 줄지어 반기고 있다. 왜 비자골인지 말하지 않아도 자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척추, 목 디스크로 고생이 많았던 강미성씨(53)는 운수업을 했던 남편 곽정오(52)씨와 함께 귀농을 약속하고 인근 순천, 광양, 고흥을 둘러보며 부지 물색에 나섰다.

지난 2011년 돌산 종주에 나섰다 ‘몬당 휴게소’에서 앞이 탁트인 대율마을 바다 경관에 반했다. 때마침 비자골 지금의 집터를 보고 다음날 바로 계약했을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강씨 부부는 강소농 교육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교육은 수시로 찾아 듣는다. 지난 2011년 귀농해 농업기술센터 문을 두드렸다 2013년 강소농교육을 받았다. 배움의 열정이 가득해 판로개척과 마켓팅 수립하는데 교육 덕택을 톡톡히 봤다. 지금도 어디든 찾아가 듣고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면 한걸음에 달려간다.

처음부터 콩나물 재배는 아니었다. 주변에서 쉽게 생산되는 농작물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지인들 조언에 복합영농으로 시작했다.

첫 취나물 단지 재배를 위해 나주까지 찾아가 견학했다. 뒤이어 상추 재배를 위해서는 담양을 찾아가서 보고 배웠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됐다.

이후 돌산갓을 재배했지만 판로가 미흡한 상태서 홍수출하로 제값 받기가 어려웠다. 겨울 김장을 겨냥해 시작한 ‘터널고추’ 재배법을 이용했으나 2천주에서 7천주로 늘리니 인력난에 도저히 감당이 안됐다. 다행히 2013년도 여수농협 로컬푸드 미평점이 개점되면서 고추, 깻잎, 보리순 등 다양한 품목을 납품할 수 있었다.

강씨는 복합영농과 함께 ‘테마마을’로 조성된 대율마을에서 사무장으로 활동하며 그녀가 갖고 있는 마을해설사, 장아찌제조, 전산회계 등 다양한 재능기부를 펼쳤다.

이곳에서 갓 김치 체험, 한지체험, 가죽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부녀회를 결성한 이후에는 직접 마을 어르신들의 두부제조법을 익혀 시식체험을 갖기도 하는 한편 다섯가지 색깔이 들어간 오방색 수제비를 수학여행단을 상대로 시식체험행사를 했다.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농사일지, 체험행사 과정을 일지에 올렸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지금도 귀농관련 일지를 사이트에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체험시설물을 외부에 임대를 해주면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후 바람도 쐴 겸 경남 창녕의 ‘정성이네’를 견학한 게 콩나물과 인연이 됐다. 콩나물을 재배하면서 로컬푸드 납품 농가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아, 바로 이거로구나’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2014년 말 무렵 1대당 가격이 1,500만원인 친환경콩나물 재배기 1대로 시작했다. 2016년 친환경 학교 급식에 선정되면서 건물신축과 함께 재배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현재는 자동세처기 1대, 재배기 9대를 구비했으며 이중 숙주나물 재배기가 2대다.

하지만 건물을 신축하고 1층에 대출 낀 5대의 콩나물 재배기를 들여놨더니 콩나물이 계속 썩기 시작했다. 좁은 곳에 한꺼번에 기기를 들여놨더니 공기순환 정체가 원인이었다. 2개월 뒤 통풍이 원활한 2층으로 재배기를 옮기고 나서야 문제가 가까스로 해결됐다.

일반 콩나물과 비교해 두께가 얇은 친환경 콩나물로 수확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1박스 40㎏ 제주산 콩을 들여와 한두 시간 불려 몇 차례 세척한 후 친환경 콩나물 재배기에서 18~20도 온도를 유지한 채 일주일 후면 수확이 가능하다. 단순 작업같지만 부부가 하루 종일 콩나물과 씨름해야 가능한 고된 작업들이다.

친환경에 대한 원칙을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남편 덕택에 지난 2016년 3월 콩나물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자동세척기를 도입하기 전 수확한 콩나물을 매일 씻었던 그동안의 고생이 한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시의 정책적 요인과 친환경 콩나물이 입소문 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이 확장된 것.

현재 농원에서 매일 콩나물 200㎏을 생산해 여수지역 4개 로컬 푸드와 학교급식에 친환경콩나물을 납품하고 있다.

취재 동행에 나선 농기센터 오경자 팀장은 “늘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접목시키려는 강씨의 열정은 강소농들이 배워가야할 모범 사례”라고 언급했다.

“억압된 규제보다는 올바른 인성과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힘과 자생능력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강씨부부의 교육관은 독특하다. 1남2녀 모두 대안학교를 보냈다. 영문과를 졸업한 큰 딸은 국내 미 군납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막내 아들은 요리에 관심이 있어 정보과학고로 진학했다.

향후 강씨는 콩나물 재배에 사용되는 제주산 콩을 활용해 전통장류 제조법을 터득해 만들어볼 계획이다. 이외 마을체험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색두부를 만들어 시식체험이나 로컬푸드에 납품해볼까 고민 중이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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