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웅천어촌계장 김채관씨

“참 우습죠, 때늦은 50의 나이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높은 곳을 향해 몸부림치던 직장생활 때와 달리 지금은 오히려 몸은 바쁘지만 평온과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웅천어촌계장 김채관(53)씨는 하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다는 지천명의 나이 50에 접어든 이후에야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으니 세상 살기가 편해 졌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체서 인사·노무에 잔뼈가 굵었던 김채관(53)씨는 지난 2010년 웅천지구 개발과 함께 자의반 타의반 위기에 처한 고향 마을을 위해 웅천어촌계 총무로 협상 창구역할을 도맡았다. 생계대책이 전무했던 웅천어촌계가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김씨의 협상 능력이 필요했던 것.

김씨는 지난 2009년 무렵 일방적으로 진행된 지구단위변경과정서 웅천어항이 사라져 갈등을 빚어왔었다며 여수시 및 시행사 이해 관계자들을 쫓아다니며 설득과 협상 끝에 축소된 웅천어항 조성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웅천지구 택지개발은 철거 이주민의 눈물과 희생으로 조성된 겁니다. 보상을 떠나 대대손손 살아온 삶의 터전서 내몰리고 그 과정 속에서 원주민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보면 됩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웅천어촌계장에 선출돼 지금까지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이외 조그마한 개인사업, 홍합양식장과 어업활동을 병행하며 하루 30분 쉴 여유도 없이 바쁜 나날이다.

“웅천지역은 이순신 난중일기 문헌 기록에 따르면 ‘곰천’이란 지명이 언급돼 있죠”. “곰 웅자를 써 지금의 웅천을 뜻하며 이 지역 원주민들은 ‘곰챙이’라 불렀습니다”.

“이곳 ‘곰챙이’는 동력선이 나오기 전 전통 방식인 그물을 내리고 배를 두드려 잡은 ‘또드락 전어’가 유명했었죠”, “가막만 갯벌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있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감이 좋아 찾는 이들이 많아 인기였습니다”

여수 가막만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곰챙이’에는 5개 부락 400여세대가 옹기종기 어업에 종사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난 1967년 여수국가산단 배후단지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수십년 동안 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발목이 묶였다, 또 웅천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마을은 온데 간데 흔적 없이 사라지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택지내 분양을 받은 원주민의 정착률은 50%로 웅천을 떠난 일부는 선원동, 신기동, 여서동서 웅천어촌계로 출퇴근해가며 어업활동을 하고 있다.

웅천어촌계는 100여명 정도가 등록돼 있다. 50%가 홍합양식, 50%는 1톤에서 3톤 남짓 소형선박을 이용한 배사업으로 소규모 가내공업형태를 띠고 있다. 웅천어촌계에서 연간 50억 정도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웅천지구 앞바다에 위치한 장도, 두력도 사이에 30.5㏊ 홍합양식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 양식되는 지중해 담치(홍합)는 바다의 달걀로 불릴 만큼 맛과 영양이 뛰어나 겨울철 얼큰한 탕국으로 식도락가의 입맛을 당기게 한다.

홍합양식은 동절기 매년 12월 말에서부터 다음해 3월까지가 수확 시기다. 전국 생산량 중에 경상도 65%, 전라도 35%를 차지하고 있다. 전라도 생산량 중 가막만에서 3분의 2가 생산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서울 노량진, 가락동, 강동시장으로 전량 출하되고 있다.

김씨는 “과거 언론에서 홍합양식에 사용되는 폐타이어 지지대 유해성 논란은 웅천어촌계의 홍합양식장과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 대부분 경상도 지역이었다며 웅천 양식장 지지대는 폐타이어가 아닌 가볍고 편리한 플라스틱 지지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가마솥 더위로 인해 웅천 앞바다 해수면에 첫 고수온현상이 나타나 웅천홍합양식장 폐류 30%가 폐사했다. 김씨의 홍합양식장은 1ha가 조금 못되지만 이상 기온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가격변동이 심해져 판로 걱정이 앞선다.

김씨는 무분별한 가막만 개발로 인해 10년 이내면 황폐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웅천지구 택지 33만평이 매립되면서 지금은 수족관처럼 안쪽은 정체돼 버렸다고 얘기했다. 또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웅천어촌계 어항에 쓰레기를 싣고 와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들이 있다며 청소하는데 시간과 인력이 낭비돼 안타깝다고 말한다.

김씨는 웅천어촌계장으로서 앞으로 할 일은 계원들이 이곳에서 생계유지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웅천지구 마리나 개발과 함께 없어질 위기에 처한 홍합양식장 처리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면서 어촌계원들의 차세대 먹거리 공동사업으로 마리나 부대사업, 관광객 대상 해상 펜션 등을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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