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유명한 여수 미평초등학교 건너편 동부공업사 부지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차량들로 꽉 차 있다. 차량 보닛을 열고 기아 카렌스 차량 앞에서 고객과 수리 관련해 상담중인 정병호(33)씨를 만났다.

검은 뿔테 안경을 두른 정씨의 손과 얼굴은 이미 검은 기름칠로 까무잡잡했다.

전남 무안이 고향이 정씨는 지난 2005년 군 제대 후 무작정 여수로 왔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까? 건설현장 막일을 할까? 22살 앳 띤 청년은 앞길이 막막했다.

이리저리 취업자리를 수소문한 끝에 여수시민회관 근처 하나오토 카센터에 취직해 일하게 됐다.

광주기계공고 전기과를 졸업한 정병호씨는 전기와 전혀 다른 자동차 정비와 첫 인연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 그렇다고 정씨는 후회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앞으로의 꿈을 세워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단다.

정씨는 초창기 서비스 마인드가 몸에 잘 배어있지 않아 고객 취향을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한다. 정비 관련한 고객 불만을 안으로 삭혀야 했고 그런 경험은 ‘고객을 늘 처음처럼 대하자’라는 생활신조가 됐다고 말한다.

차량 정비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급여는 생각보다 적었다. 저임금 때문에 고달픈 삶의 연속이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참고 견디며 정비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정씨는 주변에 좋은 인연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덕을 많이 봤다고 말한다.

지난 2015년 샵 앤 샵을 운영했던 21세기 카센터 김경수 씨를 자립의 은인으로 생각한다.

이제 스스로 운영해 보라며 차량정비 장소를 제공해 줘 첫 사장이란 명함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씨는 지난 8월 또 다른 모험을 감행했다.

동부공업사에서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아 차량 하체부 정비를 전담하고 있다.

공업사 업황이 어려울텐데 괜찮냐는 질문에 오히려 협업을 통해 일거리가 많아졌다고 정병호씨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정씨의 여가생활은 야구와 볼링이다. 여수 기아타이거즈 응원단으로 활동하는 정씨는 동호회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주말에도 정비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 자주 동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7년 전부터 볼링 동호회에서도 활동하는 정씨의 애버리지는 200전후로 선수급에 버금가는 실력을 자랑한다. 이 수준에서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지만 이 정도에 만족한다며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미혼인 정씨는 “앞으로 2~3년간 수리판매 전문점 선경오토 사업을 확장시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릴 계획”이며 “드넓은 부지에 공업사, 카센터, 세차장이 들어선 ‘자동차 종합센터’를 세우는 것”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털어놨다.

박효원  fishfish_@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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