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면 다오실 농장 김병제씨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쳐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후덥지근한 비닐하우스 안은 딸기향이 코끝을 자극해 달콤하다. 화양면에 자리잡은 가족단위 농업경영체 ‘다오실 농장’은 가족들이 총 출동해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볼 짬도 없이 탐스럽게 익은 딸기를 수확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신협을 거쳐 여수국가산단 중소기업 재무회계를 담당했던 김병제(46·사진)씨는 지난 2009년 아내 조영숙(47)씨를 설득해 귀농을 결정했다.

귀농 첫해 김씨는 욕심이 많았다. 이것저것 다할 수 있을 것 같아 양파와 마늘은 부모님 도움을 받아 19,800㎡(6천평) 가량 심었다. 퇴직금으로 3톤짜리 배를 구입해 아버지와 함께 통발과 주낙을 했다. 또 틈틈이 소 사육을 위해 30마리를 키웠단다.

하지만 귀농인의 맘처럼 실타래가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조생종 양파를 심었더니 타 지역서 출하되는 양파와 겹쳐 가격변동차가 심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또한 부자간에 바다사업을 했더니 뭔 이유인지 몰라도 효율과 능률이 떨어져 3년 만에 접고 배를 처분했다. 그리고 사료값 때문에 소 사육은 중도 포기하고 송아지 출산만을 전문으로 하려했지만 이번에 공사현장 소음이 발목을 잡았다. 인근 화양면 국도확장 공사장 소음 때문에 유산율이 높아 지난해 결국 접어야 했다.

이후 고추 농사로 전환해 세포마을 주민들과 함께 24,750㎡(7천5백평) 고추시범사업을 공모해 농기센터 지원을 받아 모종, 건조기, 하우스비닐 등을 지원받았다. 농장의 토대가 이때 시설투자를 통해 이뤄졌고 현재의 2,000㎡(6백평) 남짓 딸기 비닐하우스 모태가 됐다. 인근 도로확장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논에 복토하면서 그곳에 딸기, 토마토,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김씨는 화양면사무소에 볼일 보러 갔다가 농어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상담소를 통해 지난 2013년 강소농 교육을 받았다. 현재 김씨는 사단법인 화양면 농촌지도자협회 사무국장, 여수농업기술센터 산하 밭작물 연구회 사무국장을 맡으며 농사관련 정보교류나 전파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내 조영숙(47)씨 또한 오전에는 남편과 함께 하우스 딸기를 수확하고 오후에는 수확한 청과를 여수 소호동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귀농 8년차 베테랑 농부가 다됐다.

“사실 남편이 귀농하자고 얘기했을 때 사실 두려웠습니다”. “몇 개월 투자하고도 회수율이 보장되지 않는 농삿일을 접했을 때 캄캄했습니다”. “실제로 3년 귀농 후 통장 잔고에는 1억 원에 이르는 부채가 생기더군요”. “그것도 4인 가족 생활비로만 썼는데도 말입니다. 곳간에 쌀 떨어지듯 무서웠죠”. 하지만 “얘들이 있어 버텼고 지금은 감사하죠. 끝까지 갈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김씨 부부는 귀농한 이들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8년차 되니까 이제 뭔가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먼저 집 지을 생각 말고 시골집을 우선 리모델링해 살아보기를 권한다. 또한 전답을 사서 시골에 정착하겠다 생각하기보다는 경험 차원에서 임대해 시작하라고 말한다. 시골생활에 적응하고 귀농을 잘했다 생각할 때 고려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김씨 생각이다. 그리고 농업기술센터 공모사업과 지원내용을 꼼꼼하게 점검해 활용하는 방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귀뜸한다.

덧붙여 꼭 필요한 농기계 구입 외에는 농사철에 필요한 농기계를 그때그때 임대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수확이 가능한 밀감 300주가 하우스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김씨의 최종목표는 6차 산업이 가미된 법인화된 체험농장이다. 직접 생산과 판매, 체험농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체험학습장으로 적합한 1백 평 규모 딸기수경재배 시설을 갖추고 농장 규모도 현 6백평 규모에서 1천5백 평까지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비닐하우스에는 김씨의 원대한 꿈이 자라고 있다. 화양면에서 밀감 재배를 성공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심어놓은 밀감 3백주가 내년에는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자랐다. 김씨는 많은 사람들이 농장에 들러 딸기, 토마토 외에 밀감을 직접 둘러보고 따서 먹어볼 수 있는 체험농장을 자손대대 물려주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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