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영고등학교 교사 서기향(52)씨

“내 몸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할 생각이다”, “내 손에 움켜쥐려 하기보다는 먼저 내 손을 펼쳐 따스한 온기를 온누리에 퍼뜨리고 싶다”

지난 1997년 서기향씨(52)는 "내가 남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무작정 여서동에 위치한 헌혈의 집에 들어가 첫 헌혈을 시작했다. "헌혈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며 헌혈 후 작은 선물과 쵸코파이를 받은 첫 헌혈 당시를 회상했다.

서기향씨가 100번째 헌혈로 대한적십자사총재가 수여하는 '적십자헌혈유공장 명예장'을 받았다.

서씨는 지난 1월 31일 100회 헌혈로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수여하는 ‘적십자헌혈유공장 명예장’과 100회 기념 훈장을 받았다. 남자들도 하기 힘든 헌혈을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 이어져왔으며 매년 5차례 헌혈을 한 셈이다. 서씨의 왼쪽 팔은 100회의 헌혈로 수 놓은 듯 바늘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채혈검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헌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을 맛봤지만 오히려 헌혈 거부가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됐다. 서씨는 이 때 깨달은 게 있다며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해야겠구나”,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봉사할 수 있겠느냐”였다.

아무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헌혈을 하기 위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한다. 우선 본인 신분증을 확인해야하고 두 번째로 50여 항목 전자 문진을 통해 몸상태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채혈 검사로 건강 이상유무를 통과해야 헌혈을 할 수 있다.

천주교 신자인 서씨의 세례명 성녀 ‘클라라’는 성 프란치스코를 위해 묵묵히 뒤에서 도움줬던 희생의 상징이다. 세례명처럼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이 세상 누군가에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꾸준한 몸 관리 덕택에 올 1월초 몸이 호전됐다는 자신감이 들어 헌혈의 집을 찾아 채혈검사를 통과했다.

서기향씨가 지난 20여년간 헌혈을 통해 받은 헌혈 증서, 지난 1월 31일 100번째 헌혈증서가 눈에 띈다.

99번째 헌혈 후 14일 뒤 지난 1월 31일 100회를 채웠다. 성당 신부님과 100회 헌혈을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켜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친정 가족들은 서씨의 속 깊은 뜻과 그동안 삶을 알기에 헌혈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주사바늘을 무서워한다며 아내의 헌혈을 경이롭게 바라본다고 말한다. 서씨의 생활신조는 ‘봄햇살처럼 밝고 신명나게 흥을 갖고 살자’다. 설령 남편과 다툼이 있더라도 먼저 화해 제스처를 취해 항상 생기발랄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서씨는 교직이 아닌 여수보육원, 진남제 홍보부, 학원사업 등 다채로운 사회경험활동을 했다. 뒤늦은 불혹의 나이에 교직에 입문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광양광영고등학교(교장 박영백) 제자들이 헌혈의 집을 찾아 봉사시간을 채우러 왔다가 모니터에 뜬 낯익은 선생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단다. “어떻게 수십 회에 걸쳐 헌혈을 할 수 있느냐”며 학생들이 선생님께 되묻더란다.

서씨는 특별히 학생들에게 헌혈을 하도록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봉사가 생활의 일부가 되고 솔선수범했더니 아이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본보기가 되더라고 담담히 얘기한다.

85학번인 서씨는 대학시절 풍물패서 배웠던 재능을 발휘해 친정 어머니가 자주 들르는 노인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장구와 민요를 가르치고 있다. 한때 여수 ‘벅수골’ 풍물패서 스텝으로 활동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서씨는 지난 2007년부터 여수시 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해 오고 있다. 오동도, 향일암, 흥국사, 진남관 등 여수 주요 관광지에 배치된 안내소를 거의 거쳤다. 시티투어에 탑승해 6~7시간을 관광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밝은 미소로 대했더니 낯설었던 이들과 곧이어 친숙하게 됐다. 관광객들이 여수를 다시 찾고 싶도록 당신이 만들어줬단 얘기를 들을 때면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얘기했다.

서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소유가 아닌 삶의 존재 이유를 찾아 희생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김병곤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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