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동 힐스테이트 1차 아파트 경로당은 뭔가 특별함이 있다. 그곳에 가면 건강을 도모하는 생활스포츠 뿐만 아니라 인문학 교양강좌도 들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부모와 자녀, 온 가족이 함께 배우는 재능기부 논어·한자교실은 아이들 인성교육으로 이어진다.

어르신들 세계에서도 나름 세대차가 있다. 경로당이 대부분 연로한 어르신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60~70대 초반 은퇴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복지관이 대세인 요즘 사정은 더욱 그렇다. 특히 여성들의 점유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남성들은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다.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난 힐스테이트 경로당은 나름 알찬 프로그램과 주민들의 다양한 재능기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경로당 고품격 인문학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주민들까지 참여할 정도로 탈바꿈됐다. 힐스테이트 명품 경로당의 나름 작은 성공 비결이 뭘까.

그곳에는 교육계에 평생 몸담다 정년퇴임 한 박형관(83) 노인회장의 노고가 담겨 있다. 유유자적 은퇴생활을 즐기던 그에게 지인들이 노인회장을 권유했다. 추천인들의 뜻을 받들고 아파트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밀폐된 공간문화로 대변되는 아파트 문화의 틀을 깨고 싶었어요.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문화 조성이죠.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인문학적 교양을 배울 수 있는 고품격 아파트 문화를 조성하고 싶었다”

올해 노인회장 취임 후 텅 빈 사무실에 탁구대, 당구대, 노래방 기기가 하나둘 비치됐다.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탁구공, 라켓, 바둑, 장기 등을 구비했다.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간 쓸 만한 책걸상을 가져다 텅 빈 사무실을 채워 꾸몄다. 특히 친구들끼리 이웃끼리 담소하고 가족의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경로당에 노래방 기기를 마련해 놓아 호응이 높다.

만덕동 엑스포힐스테이트 경로당의 취미활동 프로그램은 탁구, 당구, 장기, 바둑, 노래 등 11개에 이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고 있다. 현재 요가 2팀은 40여명, 탁구 30명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120명 어르신들이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명품 경로당 조성 동역자인 여수충무고 제1대 성윤옥 전 교장은 힐스테이트 주민을 위해 논어교실을 운영해 달라는 박회장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성 전 교장은 여서동 주민센터에서는 맹자를 가르치는 한편 여름방학을 맞이해 초등학생 대상으로 추구목차를 내용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했다.

이들은 다양한 능력을 지닌 노인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체계화시켜 노인대학에 버금가는 경로당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사실 빠듯한 예산으로는 경로당 운영에 한계가 있어요. 노인회 규칙을 보면 월 회비를 받게 돼 있는데 만약 회비를 납부하면 오지를 않죠. 복지관과 경쟁할 수 없죠. 그래서 우선 경로당 활성화가 먼저이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월 회비납부를 고려해봐야죠”

다만 활성화 된 경로당의 경우 인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난방비를 비롯해 여수시 지원비용은 지역이나 인원에 구분 없이 일괄 정액이 지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례로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어 강좌가 힐스테이트에 개설돼 있는데 공동요금으로 잡히는 난방비를 입주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아울러 학습매니저의 일방통행과 행정공무원의 미흡한 행정처리를 지적했다. 프로그램 내용이나 일정, 시기 등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노인회가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싶은데 무엇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언제까지 신청해야하는지 정보제공이 전혀 없다. 노인들은 소외받는 심정이다며 곧 수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나이 83세, 적지 않은 고령의 나이다. 활력 넘치는 건강비결을 물으니 특별한 건강비결은 없고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단다. ‘등산 외에 경로당에서 적당히 운동하면서 말벗이 되는 이들과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건강 비결이 아닐까’ 라고 유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덧붙여 가족 간의 대화 중요성과 아이들이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는 가정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힐스테이트 경로당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경로당 빈 공간에 자동안마의자기, 헬스자전거, 포켓볼 마련을 준비하는 한편 서예교실을 운영하는데 지도해 줄 재능기부 선생님, 얼굴마담을 찾고 있다.

열정 넘치는 어르신들이 명품 경로당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타 지역 경로당의 활성화를 선도하는 멋진 벤치마킹의 견학지로 뜰 날을 기대해 본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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