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따라왔다가 여수시 청소년수련관 동아리 ‘까끔’ 에 덜컥 가입했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더니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학교생활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죠. 당시 16기로 들어왔는데 벌써 30기가 넘었어요“

‘까끔’은 전라도 사투리로 높지도 낮지도 않는 평평한 동산을 일컫는다. 까끔이 인연이 돼 정수경(29) 씨는 자신이 활동했던 여수시청소년수련관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소년지도사가 됐다.

“동아리 시절 만났던 선생님들과 직장 동료가 됐죠. 입사 후 동역자로 만남은 완전 달랐습니다. 우리에게 마냥 좋았던 사람이 동역자로 만나면 어렵고 무섭구나. 그래도 이 활동을 왜 해야하는지 그 의미를 알기에 그나마 적응이 쉬웠죠”

2014년 여수시청소년수련관 입사를 권유받고 고민 끝에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었다. 되돌이켜보니 청소년 동아리 활동 때가 가장 행복했다. 처음 가졌던 마음처럼 청소년지도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요즘 아이들 너무 바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문계 출신으로 교실에 앉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요.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에 시달리죠. 입시 압박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안타까워요”

그래도 청소년동아리활동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고3 학생 참여가 지난해 2명에서 올해는 4~5명이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풋살 대회 고등학생들에게 최고 인기 자리메김

과거 길거리농구대회를 대체한 풋살경기가 여수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핫한 종목으로 떠올랐다. 여수YMCA와 국제와이즈멘이 연합해 개최하는 풋살대회는 올해 4회째로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특히 고등학교 남자 친구들 사이에서 붐이 일며 참가하는 팀도 매년 늘어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마다 토요스포츠클럽 운영도 한몫 차지한다.

또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도맡아 진행했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5월 개최한 ‘청소년 가요제 水’와 6월 문화페스티벌을 첫 개최했다. 문화페스티벌에는 특별한 공연 제약이 없다. 노래, 춤, 태권도 시범, 우클렐라·오카리나 연주, 모노드라마 등 어떤 종류나 방식에 제한이 없다. 자유스럽게 무대서서 자신의 끼나 재능을 보여줬다.

“여수YMCA청소년수련관 동아리활동은 학교동아리활동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위안부, 청소년 모의투표 등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죠. 물론 문화공연이나 체육활동 프로그램은 호응이 높은 반면 평화, 환경, 지구시민교육 등 교육적인 활동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야심차게 마련한 프로그램을 동아리에서 시연 후 채택한다. 올 8월 여름방학기간에는 평화교육, 진로체험, 지구시민의식 3개 과정을 개설한다. 사회적 관계인 편견과 고정관념이 포함된 지구시민의식을 다룰 예정이다.

청소년들 만나면 생기 발랄, 천직인 듯

“보기와 달리 낯을 많이 가려요. 특히 어른들에게는 수줍음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만나면 생기가 돌아요. 마음이 즐겁고 재미있어 아무래도 적성을 뛰어넘어 타고난 천직인 것 같아요”

그녀에게 따로 주말이 없다. 토요일은 청소년동아리활동에 참여하고 일요일은 행사진행과 출장이 잦다. 우스갯소리로 주위에서는 ‘미혼의 여성만 가능하고 해낼 수 있는 일이다’고 말한다.

행사를 앞두고 새벽 1~2시에도 청소년들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이 많다는 반증으로 어쩌면 그녀를 무한 신뢰한다는 증거이기에 마냥 싫지는 않다.

2016년 재외동포모국방문 행사를 준비하면서 너무 벅차 밤마다 울었던 적이 있다.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과 부담감이 컸다. 이듬해 2017년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를 치르면서 부쩍 성장했다. 반면 외근과 잦은 출장으로 토요일 동아리 모임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학생들의 눈으로 본 관광여수 불편사항 체험하는 공존여행프로그램 마련

“동아리 활동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해당 학생이 이젠 편지로 오히려 고민에 빠진 나를 위로해 준다. 또 제자 중에서 청소년지도학과로 전공을 바꾸는 학생을 만나게 돼 뿌듯함을 느꼈다. 얘들과 함께 있어 빛나는 것 같다”

그녀는 올 여름방학 연관 사업으로 학생들 눈높이에서 바라본 관광도시 여수의 오버투어리즘·젠트리피케이션 문제점을 찾아보거나 몸소 체험하는 공존여행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획일화된 여정이 아닌 학생들의 눈으로 보는 여수만의 차별화된 관광코스를 찾아볼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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