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니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그 곳에는 시련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있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은 노래와 춤, 대사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편의 즐거운 뮤지컬 드라마였다”

며칠 뒤면 스승의 날이다. 과거와 달리 퇴색한 느낌은 있지만 현직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여수미평초등학교 이명숙 교장의 지나온 교직생활 얘기를 재구성했다.

내년 2월 정년을 앞둔 그녀는 “정년이라는 것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학부모, 학생, 가족에게 아무 일 없이 평탄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기에 감사가 넘칠 뿐이다” 고 소감을 밝혔다.

40년 교직생활이면 정년 후 자신에게 쉼을 주고 싶을만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서예작품 활동을 비롯해 은퇴 이후에도 연극, 노래, 한국무용 등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고픈 의욕 넘치는 욕심쟁이 선생님이다.

그녀는 제26회무등전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대상 수상을 비롯해 다수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서예가이다. 아호는 ‘설아’로 아름다운 눈의 의미이다. 교직생활 틈틈이 서예작가로서 문인화 및 켈리그라피와 접목시킨 작품 영역을 넓혀왔다. 그 동안의 서예작품과 문인화를 모아 작품집 발간을 기획하고 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와 함께 서예작품을 전시회 출품했다.

그녀는 또 지난 1992년 함평 손불초등학교 재직시 서예를 가르쳤던 제자와 인연을 언급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제자는 스승의 수준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표본으로 어엿한 서예작가가 됐다. 사제지간에 함께 전시회 작품을 출품했던 장헌 박상천 서예가가 그녀의 제자다.

교직 입문 계기와 교사로서 주부로서 고충을 들어봤다. "부친의 지속적인 권유가 컸고 교직

청출어람 제자 장헌 박상천 서예가

이 전부라 생각해 무조건 순종했죠.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이 정말 진로지도를 잘 해줬습니다. 그 외 다른 직업은 생각도 못했죠. 뒤돌아봐도 행복합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맘이 들어요. 시골에서 3년 함께 거주하고 이후 광주-광양 간 통근을 12년 정도 했죠. 엄마로서 자녀들에게 잘 돌봐주지 못해 미안한 맘이 컸습니다"

"다행스럽게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 덕택에 교직에 전념할 수 있었죠. 그런데 조만간 제가 할머니가 되는데 걱정이 조금 앞선다”며 세월의 흐름을 질시했다.

그녀는 교사로서 첫 발령의 들뜬 마음과 그 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언급했다. 지난 1979년 3월 5일 친구와 함께 영광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경험과 노하우가 없던 때라 교실 환경정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내일 환경정리 심사가 있는데 오늘 환영회를 한다고 참석하라는 거예요. 너무 답답해 안 간다고 버텼죠. 그런데 도움 준 선배 교사들이 능숙하게 쓱쓱 한 순간에 처리한 걸 보고 너무 신기했죠”

그녀의 모토는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일은 책임감 있게 완벽하게 처리하자다. 초임 시절 퇴근시간 내 퇴근해 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늘 남아서 뭔가를 이루려는 모습이 강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그런 마음가짐은 아이디 'OKKO21'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누구나 제자리서 최선을 다하면 꽃이 피고 향기가 납니다. 자기 위치에서 분수를 알고 책임을 다하면 남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향기가 나게 된다”고 말한다.

본인의 40년 교직생활에 있어 후회되는 일과 자랑스러운 일을 물었다. 그녀는 40년 교직생활에 최선을 다했고 즐겁고 행복했기에 후회되는 일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다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무심히 지나쳐 아이들이 상처 받았지 않았을까란 노파심은 있다고 언급했다.

△미평초등학교 복도 벽에 설아 이명숙 교장이 직접 쓴 중용구 서예작품이 내걸려 있다.

또한 서예작가로서 족적을 남겼다는 것이 “내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는 증표이기에 내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고 얘기했다.

그녀의 최대 관심사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있다.

"과거 교육패턴이 공부 잘하는 아이 만들기였다면 현재 추구하는 교육관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교육공동체가 소통하는 것이다. 아이들 자아존중감이 형성돼야 한다. 정서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건네질 때 비로소 배려가 생기고 공동체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감성교육을 통한 인성함양을 기본 바탕으로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진로지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 있죠. 반항하는 아이,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좀 더 다가가서 친밀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한 명의 아이들이라도 품어 안을 수 있는 사랑을 건네는 교사상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후배 교사들을 향해 두 가지를 조언했다. 먼저 자기만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심신의 건강을 위해 나 홀로 즐기는 안식처(케렌시아)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 재충전 기회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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