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이다. 고난을 극복하기도 하고 희열을 느끼는 우리의 삶 여정을 마라톤에 흔히 비유한다. 인생 수레바퀴는 나이에 비례해 가속도가 붙는다. 자꾸만 약해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 나이듬을 탓한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이를 강하게 부정하려 애쓴다.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 출신 아마추어 마라토너 고영일(70)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며 70대 노익장을 과시한다.

이를 증명이라 하듯 오늘도 그는 개인택시 8시간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뜀박질을 준비한다. 인근 공원 산책이나 가벼운 조깅이 아닌 매일 1시간 남짓 10km를 달리며 기록단축을 위한 개인훈련이다. 매일 자신의 목표를 향해 소라면 관기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다.

“고통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훈련 량이 부족하면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죠. 에너지가 고갈돼 고통이 뒤따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고통은 순간이요, 극복해야죠. 그래야만 완주는 영원한 나의 것이 되기 때문이죠”

여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은 “영감님은 살아있는 전설”이라 칭하며 그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인 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서브3=SUB3)를 11회나 기록했다.

젊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조차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은 힘들다. 더구나 3시간 이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된 시간과 훈련 량이 많다는 반증이다.

지난 16년간 42.95km 풀코스 완주가 103회에 이른다. 더구나 100km 울트라마라톤 30회 이상 출전했다. 순천만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2년 55세부터 16년간  42.195km 풀코스 103회 완주

100km 울트라마라톤 30회 이상 '서브3 11회' 노익장 과시

또한 그는 동아마라톤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연거푸 2년 연속 60대 우수선수로 뽑혔다.

특히 올 3월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서 70대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인 3시간 14분을 기록했다. 본인이 목표했던 70대 서브3 기록을 달성하지 못해 못내 아쉬운 대회였다.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 악화된 건강문제였다. 개인택시 면허 자격조건을 갖추려 영업용 택시를 운행했다. 하지만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밤낮으로 무리한 운행이 이어졌다. 늘 술과 담배로 찌들은 생활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장장애와 검게 그을린 얼굴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몸은 망가졌다.

그렇게 그의 마라톤 인생은 살아남기 위해 술과 담배를 끊고 무작정 뛰었다. 지난 2002년 순천에서 열린 남승룡 마라톤대회에 첫 출전해 10km 코스를 뛰었다. 그 다음해 2003년 풀코스에 첫 출전한 전북김제전국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25분 기록으로 50대 연령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완벽한 변신이자 놀라운 기록이였다. 건강회복과 30~40대의 단단한 근력을 지니게 됐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화시켰다. 그는 한국 최고의 마라토너 황영조, 이봉주와 비슷한 신체 사이즈를 지녔다. 최상의 마라톤 신체 조합을 지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마라톤은 내 인생의 전부입니다.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달리면 항상 즐겁습니다. 하루라도 안 달리면 이상하죠”

△2009년 2010년 연거푸 동아마라톤대회 60대 우수선수에 뽑혔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해 고령화속도가 더욱 빨라져 올해 고령사회,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마음 한 켠은 조급하다. 국내 단 한명도 달성하지 못한 ‘70대 서브3’ 목표가 자꾸만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게 올 한해 도전전략을 세웠다. 출발부터 25km 구간까지 스피드는 좋지만 30km이후 마의구간에서 종점까지 스피드가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계단, 산악, 헬스 훈련비중을 늘리고 강도를 높였다. 최적의 몸만들기 훈련을 통해 올 한해 1~2차례 서브3에 재차 도전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마라톤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긋게 될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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